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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취재설명서] 손정우 석방 일주일…왜 풀려났을까, 그리고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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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가 중계되는 법정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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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하지 않는다"

일주일 전,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 재판장이 법정에서 한 말입니다.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했던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 세 번째 심문기일에서였습니다.

재판부는 손정우 측 변호인의 세 가지 주장 즉, 1) 이중처벌을 막기 위한 미국의 보증이 없기 때문에 인도해서는 안 된다 2) 미국에 인도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어 범죄인 인도법에서 '절대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3) 대한민국 국민으로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범죄를 저질러 미국에 인도하는 것이 비인도적이기 때문에 '임의적 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손정우를 미국에 보내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재량에 따른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2시간여 뒤, 손정우는 서울구치소 정문을 걸어나왔습니다.

언론사 카메라를 향해 연이어 고개를 숙이고는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손정우는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친척들과 함께 모처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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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며 고개를 숙이는 손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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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를 미국에 보내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에 더 이익이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왜 손정우를 미국에 보내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을까요.

먼저, 범죄인 인도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1988년 제정된 범죄인 인도법은 범죄에 대한 국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형이나 무기징역, 1년 이상 징역 똔느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인을 다른 나라에 인도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재판이 진행되거나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엔 인도를 거절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게 바로 제7조에서 말하는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에서 처벌 받은 범죄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가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더라도 거절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제9조에는 임의적 인도거절 사유가 설명돼 있는데, 1) 범죄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2) 인도범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대한민국 영역에서 범한 것인 경우 3) 인도범죄 외의 범죄로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처벌을 받고 있는 경우 4) 인도범죄에 대해 제3국에서 재판 받은 경우 5) 범죄인을 인도하는 것이 비인도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범죄인 인도를 하지 않도록 돼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모두 30개국과 범죄인인도를 위한 조약을 맺었는데, 미국과의 조약은 지난 1999년 발효됐습니다.

재판부는 심문기일에서 40분 정도 결정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범죄인인도법과 조약을 고려하더라도 손정우를 보내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절대적 거절 사유나 임의적 거절 사유에 해당하진 않지만 손정우를 보내지 않겠다고 결정한 겁니다.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이 손정우에 대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우리 수사당국이 손정우 신병을 확보하고 있어야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발본색원적인 수사에 도움이 될 거라는 겁니다.

그동안 반인륜적이고 극악한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범죄가 국민 법감정에 부합할 정도로 실효적인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법원과 수사기관의 문제의식이 미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더 엄중한 형사처벌이 내려지는 미국에 보내야 한다는 비판과 주장에는 공감하면서도 손정우를 미국에 보내지 않아야 대한민국에 이익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 관련 리포트

미국 인도 '불허', 풀려난 손정우…징역 1년 6개월로 끝?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347/NB119583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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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자료화면




사이트 회원은 징역 25년인데, 사이트 운영자는 징역 1년 6개월?

법원 판결문과 미국 법무부 자료 등에 따르면 손정우는 지난 2015년 4월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전용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를 인수했습니다.

손정우는 자신이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받아두었던 영상을 올렸고 회원들이 새롭게 영상을 올릴 때마다 포인트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성인을 상대로 한 영상은 올릴 수 없고 한 번 올린 영상을 중복해 올리지 못하게 하면서 사이트 규모를 키워갔습니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웰컴투비디오 사이트엔 2018년 3월까지 영상 3천여 개가 올라왔고 손정우는 유료회원 4천여 명에게 4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아챙겼습니다.

1심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항, 영리목적으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판매하고 배포하는 등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손정우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고',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는 점이 적혔습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손정우에게 실형을 내려야 한다고 판단을 바꿨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회원 128만여 명, 영상 17만 개, 다운로드 36만 건 등(법적으로 엄격히 증명돼야 하는 공소사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을 언급하며 처벌이 너무 가벼워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충분한 보호와 양육이 없었고 부양한 가족이 생겼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은 6개월 줄였습니다.

그리고 손정우는 지난 4월 형량을 모두 채웠습니다.

해외에선 어땠을까요.

웰컴투비디오에 가학적 영상 등을 공유한 혐의를 받은 영국의 매튜 팔더는 징역 25년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이트 이용자는 징역 25년, 사이트 운영자는 징역 1년 6개월.

손정우가 과연 합당한 처벌을 받았는가 하는 의문을 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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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미국 인도를 거절한 사법부를 향해 규탄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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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선 "사법부도 공범" 국회에선 "손정우법 만든다"

손정우가 미국인이었다면, 또 미국에서 검거됐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 모릅니다.

미국 법무부가 우리나라에 보낸 범죄인 인도 요청서 등에 따르면 손정우는 미국에서 모두 9가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아동음란물 광고와 유통, 국제 돈세탁 혐의 등입니다.

미국 법원이 최대 징역 20년에서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범죄들입니다.

◆ 관련 리포트

미국이 한국 정부에 보낸 '손정우 범죄인 인도요청서' 입수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711/NB11950711.html

손정우는 이미 한국에서 처벌을 받았기 때문에 만약 법원이 범죄인 인도를 결정했다고 해도 미국에서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운영과 관련한 범죄로는 처벌 받을 수 없습니다.

'법원이 손정우가 미국에서 성범죄로 처벌되는 길을 막았다'는 건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우리 검찰이 법원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입니다.

미국에서 기소된 혐의 가운데 국제 돈세탁 혐의에 해당합니다.

미국 법무부도 손정우 심문 과정에서 이미 처벌 받은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리 법무부를 통해 밝혔습니다.

국제돈세탁 혐의는 미국 법에 따라 최대 20년 이하 징역에 처해집니다.

우리나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릴 수 있습니다.

어떤 혐의를 적용하더라도 손정우는 우리나라보다 미국에서 더 강하게 처벌될 수 있었을 겁니다.

결국, 분노한 사람들은 거리로 나섰습니다.

규탄집회와 1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사법부 역시 아동성착취를 용인하고 방조한 공범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법관 후보에 오른 강영수 재판장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계란 한 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와 똑같은 형량이라면서 국민 여론과 기본적인 도덕심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주일 만에 5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참했습니다.

국회에선 이른바 '손정우법'이 발의됐습니다.

사실상 고등법원 단심제로 운영되는 범죄인인도에 대해 불복 절차를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다른 재판과 마찬가지로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시행일을 지난해 1월 1일로 소급해서 손정우 사건도 포함되도록 했습니다.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판단을 대법원에서 다시 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법조계에선 개정안을 소급적용할 경우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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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 거절 결정을 내리고 법정 밖에서 인터뷰하는 손정우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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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몸이 된 손정우, 그리고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추가 수사는 어떻게 될까

손정우의 아버지가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으로 아들에 대해 고소장을 낸 사실이 지난 5월 JTBC 보도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처벌 받게 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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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범죄인 인도심사 앞두고…손정우 아버지, 아들 검찰 고소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472/NB11950472.html

그렇기 때문에 법원 판단으로 미국에 가지 않게 된 손정우가 추가 수사를 받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웰컴투비디오 이용자들에 대한 수사입니다.

법원도 손정우를 우리나라에 남겨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수사를 거론했습니다.

저희 JTBC 취재에 따르면, 손정우 뿐 아니라 웰컴투비디오에 연루된 범죄자에 대한 처벌도 약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사당국이 확인한 우리나라 국적의 웰컴투비디오 관련자는 모두 235명입니다.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217명 중에 재판을 받은 사람은 고작 43명 뿐입니다.

그나마도 이 중 34명은 1심에서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손정우를 포함해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겁니다.

◆ 관련 리포트

'초범이라, 반성해서'…웰컴투비디오 42명 중 실형은 0명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527/NB119585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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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비디오 관련자 처벌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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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투비디오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200차례 다운로드한 A씨는 벌금 300만 원에 그쳤습니다.

아동 성착취물 3천여 개를 다운로드해 가지고 있던 B씨 역시 지난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들 판결문에는 초범이나 자백, 반성 같은 단어가 등장합니다.

부양할 가족이 있다거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도 담겨 있습니다.

당시 아동청소년성보호법으로는 아동성착취물을 단순 소지한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데 그쳤습니다.

손정우처럼 돈을 받고 아동성착취물을 판매해도 10년 이하 징역이 최대였습니다.

지난 6월 법이 개정되면서 영리목적으로 아동성착취물을 배포하거나 광고하는 범죄는 5년 이상 징역, 단순 소지만 해도 최소 1년 이상 징역을 받도록 처벌이 강화됐습니다.

검찰은 최근 손정우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기로 하고 경찰에 넘겼습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 전담합니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 국제 형사사법공조를 요청받아 손정우를 수사해 검찰에 구속 송치한 부서입니다.

손정우 아버지를 참고인 자격으로 부르는 걸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전망입니다.

"범죄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범죄인 인도를 거절한 재판부의 말입니다.

앞으로 범죄자들이 '대한민국에서 재판 받는 것'에 감사하지 않는 날이 올 수 있을지는 경찰과 검찰의 수사 그리고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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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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