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집무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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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전 비서 A씨가 성추행 장소로 시장 집무실 내 침실을 지목하면서 박 시장의 집무실 내부 구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모델링을 거친 후에도 그대로 유지된 침실과 샤워실 등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서울시 내부에서도 드물 정도로 노출이 안 됐다고 한다.
박 시장의 집무실은 서울시청사 6층 한 켠에 들어서있다. 박 시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정무라인인 고한석 시장 비서실장, 장훈 소통전략실장, 최병천 민생정책보좌관 등의 사무실과 같은 층이다. 박 시장은 ‘열린 시장실’을 표방하면서 집무실 한쪽을 통유리로 만들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박 시장 사망 후인 현재는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시장 집무실 내부에 있는 침실은 13일 공개석상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박 시장을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한 A씨 측이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여성의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다. A씨의 변호를 맡은 김재련 변호사는 “(박 시장이)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으로 접촉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와 속옷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성적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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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후에도 살아남은 침실…"아는 사람 거의 없다"
이 침실은 서울시가 신청사에 입주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시장 집무실 리모델링을 시행한 후에도 유지된 것이라고 한다. 박 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 부임 후 구(舊)청사 집무실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 적은 있지만, 2013년 새로운 청사로 입주한 뒤 시장실 모습은 계속 유지해왔다. 현재 시장 집무실에 박 시장이 사용할 수 있는 침실, 샤워실, 화장실도 2013년 신청사 입주 당시 만들어졌던 시설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5월 28일 서울시청 6층 시장 집무실에서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장학생들과 대담을 할 때의 모습. [사진 서울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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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서울시는 지난해 1~4월 대대적인 집무실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7년간 시장실을 사용해오며 벽과 시설 등이 낡았다는 이유에서다. 집무실 벽 일부를 허물고 접견실을 설치했다. 벽과 천정의 마감재도 교체했다. 그러나 집무실 뒤편의 화장실, 샤워실, 침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이 시설들은 박 시장의 사적 공간으로 활용돼 서울시 일반 직원들에게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책상 뒤편 벽에 가려져 노출이 되지 않는 곳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직원은 대면보고 등을 위해 집무실에 방문할 경우 집무를 보는 책상이나 집무실 한가운데 설치된 대형 원탁만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침실과 샤워실 등은 박 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좌하는 비서실 직원 등 극히 제한된 일부만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구조를 비서실 직원이 아니면 세세히 알 수가 없다. 보고할 일이 있어도 집무실로만 들어가 보고를 드리기 때문에 침실 위치나 존재를 아는 직원은 드물다"고 말했다.
시장 집무실은 시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현재 비어있는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박 시장을 보좌하는 비서실 직원들도 박 시장 사망에 따라 다른 부서로 옮기면서 비서실 사무실도 모두 비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새로운 시장이 나올 때까지 공실 상태로 유지될 전망이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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