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2 (목)

이토록 작고 예쁜 뮤지컬이라니…<어쩌면 해피엔딩> [리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리뷰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경향신문]

경향신문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는 예기치 않게 생겨난 감정을 부인하지만, 곧 그것이 사랑이란 것을 깨닫는다. CJ ENM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토록 예쁘고 사랑스러운 뮤지컬이 또 있을까 싶다. 단 3명의 배우만 나오는 작고 아담한 뮤지컬에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2016년 12월 초연을 시작해 이번이 3번째 공연. 이미 수차례 공연을 본 관객들도 그때의 감동을 되새기려 다시 찾는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역대급’ 악재도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흥행 기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보고 싶다고 당장 볼 수 있는 뮤지컬이 아니다보니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예매 사이트에서 관람에 적당하다 싶은 회차를 클릭하면 ‘매진’이라는 알람이 뜬다. 이른바 ‘헬티케팅’(지옥 같은 표 구하기 전쟁)을 뚫어야 ‘소문난 작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21세기 후반, 인간의 삶을 돕다 은퇴한(사실은 버려진) ‘헬퍼봇’들이 모여 사는 서울의 한 아파트가 배경이다. 주인공인 구형 헬퍼봇 올리버는 자신의 주인 제임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이곳에 산다. 방 안에서 거의 나가지 않으며 배달된 잡지를 보고, 화분에 물을 주고, 매일매일 충전을 하는 단순한 삶을 이어간다. 어느 날 올리버의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 맞은편 집에 사는 헬퍼봇 클레어가 충전기를 빌리러 찾아온다. 클레어의 충전기가 수리될 때까지 둘은 매일 같은 시간에 충전기를 빌려주고 돌려주며 가까워진다.

올리버는 제임스가 살고 있는 제주도에 가는 것이 꿈이다. 클레어 역시 제주도 숲에만 남아 있다는 반딧불이를 보고 싶어 한다. 둘은 함께 제주도로 향하고, 여행 중 ‘인간처럼’ 이들에게도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올리버와 클레어 모두 “우린 자율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다”며 예기치 않게 생겨난 감정을 부인하지만, 곧 그것이 사랑이란 것을 안다. 그러나 인간이 그렇듯이, 헬퍼봇들에게도 영원한 삶은 없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흥행을 이끄는 주역은 클레어 역을 맡은 배우 전미도다. 전미도는 원래도 뮤지컬계에서 스타였지만 지난봄 방송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인지도가 대폭 상승했다. 역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주목받은 정문성이 올리버 역으로 나오는 것도 홍보에 도움이 됐다.

전미도와 정문성은 5년 전 <어쩌면 해피엔딩> 초연 무대에도 함께 섰다. 특히 전미도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고, 이 작품으로 2017년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여자인기상에 이어 2018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까지 받는 등 인연이 깊다.

작가 박천휴와 윌 애런슨은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내밀한 감정을 담은 이야기’에서 출발해 <어쩌면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처음 제목은 ‘우린 왜 사랑했을까’였다. 인터미션 없이 110분간 이어지는 공연에서 서사는 빈 곳이 별로 없고, 아기자기한 노래와 귀여운 연기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전미도, 정문성과 함께 강혜인·한재아(이상 클레어), 전성우·양희준(이상 올리버), 성종완·이선근(이상 제임스)이 캐스팅됐다. 초연이나 재연을 본 관객들은 이번 공연에서는 새로운 배우들의 연기와, 조금 더 미래에 가깝도록 만들어진 무대디자인의 변화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오는 9월13일까지 서울 동숭동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한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