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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로봇이 온다

[포스트 코로나 변신하는 유통上] 로봇이 식당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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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시대, 유통가는](상) 로봇이 식당에 들어왔다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맞이하며 유통가가 변신에 나섰다. 갑자기 등장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언택트(Untact·비대면) 패션·뷰티 매장, 서빙 로봇, 라이브커머스 등과 같이 유통업계는 변화를 앞당겼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초기, 유통업계의 변화들을 짚어보고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메트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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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상상 속에서나 그리던 로봇이 일상에 존재하는 세상이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식품·외식업계의 비대면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식당이 늘고 있는 것.

◆서빙로봇 시대 성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선도적으로 식당에 서빙로봇 렌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우아한형제들이 국내 최초로 서빙로봇 상용화에 나선 이후 현재 전국 68개 식당에서 85대의 서빙로봇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8일 우아한형제들이 첫 선을 보인 로봇식당 '메리고키친'에 다녀왔다. '미래식당'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일반 식당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공기청정기와 비슷하며 사람 키의 반만 한 로봇이 작은 소리를 내며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먼저 레일을 따라 움직는 '딜리 슬라이드' 로봇이 주방으로부터 음식을 싣고 배달한다. 접시를 하나 얹을 정도의 이 기기는 마치 회전 초밥 전문점을 떠올리게 했다. 로봇이라 불릴 만한 것은 딜리 슬라이드보다 큰 '딜리 플레이트'다. 음악 소리를 내는 딜리 플레이트는 홀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오간다. 음식이 완성돼 테이블로 가져오면 로봇 상단 화면에 주문한 메뉴 목록이 뜬다. 로봇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은 자연스러웠다. 로봇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오기 때문이다. 로봇의 움직임이나 소리 등이 자연스럽고,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 점도 크다.

서빙로봇을 운영하는 송명재 치어스 가산디지털점의 사장은 "(로봇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다"면서 "이곳에는 정보기술(IT)기업에 근무하는 손님이 많아서인지 주문법도 모두 익숙하다"고 말했다.

술을 파는 음식점의 특성상 로봇과 손님과의 접촉 사고는 없었는지 묻자 "로봇이 손님이 가까이 오면 멈추면서 '비켜달라'는 안내 메시지를 울리게 되어 있어 큰 사고가 난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로봇이 직원 약 1명의 몫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로봇 렌탈 이후에 고용 인원이 크게 줄지 않았다. 사람을 줄이기보다는 원활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 기존 직원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메트로신문사

우아한형제들도 LG전자와 손잡고 '서비스 로봇 활용 실증사업'을 벌인다. 국내 외식업장에 특화된 서빙로봇 솔루션을 함께 개발해 오는 11월 도입할 예정이다. 로봇 국산화가 목표다.

대기업도 본격 로봇 상용화에 나섰다. LG전자는 이달부터 CJ푸드빌이 운영하는 제일제면소, 빕스, 계절밥상, 더플레이스 등 여러 매장에서 LG 클로이 서브봇(선반형)을 차례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화건설은 지난 2일 '포레나' 배달로봇 서비스 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실내 배달로봇 서비스'는 공동 현관까지 배달된 음식을 로봇에 전달하면, 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주문 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논의 절실

시장조사기관 SA는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를 지난해 310억 달러(약 37조 원)에서 오는 2024년 1220억 달러(약 146조 원)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전체 서비스 로봇 시장에서 전문 서비스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은 70%(22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오는 2024년엔 약 7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완전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가격이 비싸서다. 한 외식업 관계자는 "로봇 렌탈비가 비싸다. 가격을 낮춰야 보편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면서 "한 점포 안에 식당도 있고 카페도 있는 샵인샵 형태가 (로봇서빙)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걸림돌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현재는 중국 심천에 본사를 둔 푸두 로보틱스라는 기업 등에서 로봇 하드웨어를 수입,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면서 "한국이 AI·로봇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서빙로봇을 자체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프트웨어를 더욱 보완해 전국 와이파이 무제한 신설, 신속한 업데이트, AS 체계 강화 등 노력을 기울이면 관련 인프라가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로봇이 실생활에 자리 잡는 데 따른 산업별 세대교체, 법망 마련· 규제 정도 등 사회적 논의를 거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효용성과 인간의 가치 사이에 대한 염려도 있다. 안승호 숭실대학교 유통산업 전문 교수는 "사람을 대신하는 로봇의 등장에 인간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언택트 시대에는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로봇과 인건비 절감을 노리는 자동화 로봇 두 종류로 나뉜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람과 로봇의 협동 시스템이 이뤄진다고 해서 식음료 산업에 종사하던 인원이 감축되는 현상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로봇을 연구·개발하는 산업군에서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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