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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무비클릭] 소리꾼 | 우리네 심금 울리는 판소리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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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드라마/ 조정래 감독/ 119분/ 12세 관람가/ 7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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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국악이나 판소리는 사뭇 괴리된 음악이다. 서구 음악에 익숙해진 탓인지 우리 고유의 소리는 고루하고 따분한 것이 됐다. 이제 국악은 오히려 ‘낯선 음악’이다. 대중은 댄스, 록, 힙합, 발라드 같은 장르에 환호하고 서양 ‘폭스트롯’에서 유래한 트로트를 ‘우리의 가락’이라 부르는 촌극도 보인다. 차오르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지만 시대가 그렇게 흘러가버렸으니, 무엇을 탓할까.

이런 상황에서 만난 국악 영화 ‘소리꾼’은 무척 반갑다. ‘귀향’이라는 작품으로 이름을 알린 조정래 감독은 2012년 ‘두레소리’라는 작품으로 이미 국악을 다룬 바 있다.

영화 배경은 18세기 영조 시대다. 주인공 심학규(이봉근 분)는 신분은 천하지만 소리만큼은 뛰어나 장안에 소문이 자자한 당대의 명창이다. 일을 보고 늦게 들어온 날, 아내 간난(이유리 분)과 딸 청이(김하연 분)가 괴한에게 납치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이후 딸을 되찾은 학규가 고수인 대봉(박철민 분)과 함께 끌려간 간난을 찾기 위해 팔도를 누비며 판소리를 펼친다는 이야기다. 아내를 찾기 위해서 판소리로 사람들을 모아 초상화를 보여주고 또 다음 마을로 향하는 식이다. 조직에서 달아나던 과정에서 크게 다친 청이는 눈이 멀었고 간난은 고초를 겪지만, 학규는 그 모든 애환을 판소리 가락에 담아 토해낸다.

영화의 주된 서사와 어우러지는 판소리는 지금까지 전승되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심청가’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심청가’는 대단히 훌륭하다. 다 아는 이야기고 다 아는 가락임에도 가슴은 뜨거워지고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이봉근의 뛰어난 연기와 소리는 ‘심청가’의 감동을 절절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판소리 ‘심청가’와 영화 ‘소리꾼’의 연계는 그리 자연스럽지 못하다. 영화에서 그려내는 이야기는 너무나 단순하고 뻔해서 초반 10분만 봐도 후반 전개를 전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안일하게 구성됐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몇몇 배우는 고정된 사극 연기를 반복하는 데에서 그친다. 대사는 다소 작위적이고 영화의 흐름은 우연과 우연이 겹치는 허망한 구조를 반복하느라 여념이 없다. 차라리 학규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학규의 판소리에 더 투자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눈먼 딸이 소리를 하는 장면에서는 자연스레 ‘서편제’가 떠오른다. 아비에 의해 눈이 멀고, 한을 넘어서기 위해 소리를 하는 송화(오정해 분)의 소리는 구구절절 간장이 끊어지는 애처로움이 있었다. 송화와 학규의 소리가 주는 감동은 전혀 다르다. 그건 오정해와 이봉근의 차이가 아니다. 설사 “새소리를 내니 진짜 새들이 모여들었다”는 조선 후기 전설적인 명창 ‘이날치’가 살아온다 하더라도 어찌 영화 자체를 바꿀 수 있겠는가. 그래도 이봉근의 ‘심청가’만큼은 훌륭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보자 싶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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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7호 (2020.07.15~07.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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