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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고재윤 교수의 물의 비밀] ‘오리건 레인’과 ‘클라우드 주스’ 미국·호주의 깨끗한 빗물 취수한 天上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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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장마철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수분 덩어리 비는 생명수이자 ‘천상수(天上水)’라고 불린다. 그러나 산업화로 인해 도시에서 내리는 빗속에는 순수한 물 외에 90종의 오염물질이 섞여 그대로 마시기는 어렵다.

반면 해외에서는 깨끗한 빗물을 취수해 만들어 유명 레스토랑에서 사랑받는 먹는샘물도 있다. 미국의 ‘오리건 레인 버진 워터(Oregon Rain Virgin Water)’와 호주의 ‘클라우드 주스(Cloud Juice)’가 대표적이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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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미국 오리건주 높은 산과 우거진 숲 등 자연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지역에서 생산된다. 2004년 댄 맥기(Dan McGee)는 우연히 빗물을 병에 담아 마시고, 주변 친구에게도 선물했다. 빗물을 선물 받은 친구들은 물맛에 반해 계속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빗물을 상업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 오리건 레인 회사를 설립하고 현대식 설비를 갖췄다.

오리건 레인 버진 워터의 생성 과정은 이렇다. 북극의 신선한 차가운 공기가 적도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면 자연적으로 정화된 순수한 빗물을 머금은 구름이 생성된다. 이 구름은 태평양 상공에서 바람을 따라 이동해 오리건주의 윌래밋 밸리(Willamette Valley)에서 비가 돼 내린다. 오리건 레인은 빗물을 1/3미크론 크기의 취수 필터를 통해 여과하고 저온살균한 후에 병입한다.

클라우드 주스는 호주 오지인 킹섬(King Island) 남부에서 생산된다. 킹섬 남부 지역은 지구상에서 공기가 가장 깨끗한 지역으로 꼽히는데, 연평균 180일이나 비가 내린다. 1993년 킹섬에 이주해서 살고 있던 덩컨 맥파이(Duncan McFie)는 내리는 빗물을 큰 탱크에 취수해 병에 담아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이 물을 마신 친구들이 그의 집으로 찾아와서 계속 빗물을 담아갔다. 이에 상업화를 결심한 덩컨 맥파이는 순수한 빗물을 많이 취수하기 위해 지붕, 물탱크, 배수로 등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들여 10㎡의 설비를 갖췄다. 그러나 소량 생산에 만족하지 못해 이내 400㎡ 면적의 최신 설비로 확장하고 자외선으로 살균 처리했다. 이후 호주의 프리미엄 먹는샘물로 인정받은 클라우드 주스는 호주 국적기 콴타스항공의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에 제공된다.

두 천상수를 비교 시음했다. 본래 천상수는 나트륨과 염소, 칼슘, 마그네슘, 칼륨, 황산 등 일반 광천수 속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오리건 레인과 클라우드 주스는 같은 천상수지만 미네랄 함유량도 다르고 물맛도 차이가 있다. 오리건 레인은 미네랄 총 용존량(TDS) 11㎎/ℓ로 미네랄 함량이 매우 적어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느낌의 청량감이 일품이다. 클라우드 주스도 미네랄 총 용존량 34㎎/ℓ, 경도 1.2㎎/ℓ의 초저 미네랄 함량으로, 순수한 자연을 담은 깨끗한 느낌과 상쾌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색다르다.

미네랄 함유량을 비교해보면 오리건 레인은 칼슘, 칼륨, 마그네슘, 나트륨, 중탄산염 등이 제로(0)에 가까운 pH 7.4의 약알칼리수다. 음식과의 조화는 야채 샐러드, 닭고기 요리, 생선 요리와 잘 어울린다. 클라우드 주스는 칼슘 0.5㎎/ℓ, 칼륨 1㎎/ℓ, 마그네슘 0.05㎎/ℓ, 나트륨 10㎎/ℓ, 염화물 19㎎/ℓ, 황산염 2㎎/ℓ에 pH 7.3의 약알칼리수다. 호주 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화장품에 사용하는 물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음식과의 조화는 야채 요리·스시·사시미·해산물과 잘 어울리며, 특히 위스키용 얼음은 최상의 위스키 맛을 살려준다. 두 먹는샘물 모두 스트레스와 갈증 해소, 피부 미용에 효과가 좋다는 평가다.

매경이코노미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6호 (2020.07.08~07.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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