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관료들, 집값 잡는 데 관심없어 구멍난 대책만 수차례 발표"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안 하면 집값 못 잡아"
"종합부동산세율을 올린다고 집값이 잡히는 게 아닙니다. 다주택 공직자들이 자기 집값 지키겠다고 설익은 대책을 내놓고 문재인 대통령의 눈을 가린 것이 문제예요."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 개혁본부장은 최근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현황을 공개하며 공직자들의 표리부동을 고발했다. "사는 집 아니면 다 파시라"는 2017년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의 말이나, "다주택자 상황을 정리하라"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난해 12월 발언에도 다주택 공직자들은 최근까지 꿈쩍 않고 거의 대부분 그대로 집을 갖고 있었다.
지난 20여년간 주택 가격 안정화를 위한 목소리를 낸 그는 "문재인 정권에서 부동산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 알았다"고 했다. 그는 "20번이 넘는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을 못 잡는 이유는 핵심을 늘 빗겨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본인도 집이 여러채인 고위 공직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대책을 만드는 데다, 주택 가격 안정화는 하지 않고 제 집 가격 올리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 본부장은 "관료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면서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이 왜 국민의 머슴살이인 관료를 계속하는지 모르겠다. 민간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김 본부장은 공시가격에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면서 종부세율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도 했다. 특히 임대사업자 제도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대책을 만든 국토부 관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전 정권 탓하면 안 된다. 전 정권 때는 국토부가 없었느냐"고 일갈했다. 인터뷰는 9일 서울 경실련 건물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마침 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을 추가로 내놓은 터라 전화로 관련 내용은 보완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건물 대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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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 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대폭 높였다. 집값 잡는데 효과가 있을까
"세금만 높여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딱 두 가지만 물어보겠다.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를 도입했는데 그때 집값을 잡을 수 있었나.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 때는 종부세 덕분에 집값이 안정화 됐나. 종부세와 집값 안정화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문제는 실효세율이다. 실효세율이 낮으면 종부세율을 아무리 높여도 한계가 있다."
━종부세율이 최고 6%까지 올랐는데 효과가 있지 않겠는가.
"땅이든 건물이든, 주택이든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낸다는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구멍이 너무 많다. 우선 현대자동차그룹이 매입한 삼성동 땅을 예로 들어보자. 국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이 예정된 삼성동 167의 공시지가는 1㎡당 올해 6500만원으로 수준이다.
하지만 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표준지 평균 현실화율)을 보면 65.5%에 불과하다. 현실화율도 낮은데 법인 세율이 개인보다 훨씬 유리하기까지 하다. 이렇다보니 실효세율이 터무니없이 낮다. 그래서 연예인들이 법인을 만들어 빌딩에 투자하는 거다. 법인이 가진 빌딩, 땅은 왜 개인보다 세율이 낮은가."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
"공시가격, 공시지가 산정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작년 1월에 살펴보니 공시지가, 공시가격이 순 엉터리였다. 재벌 총수들이 많이 사는 이태원이나 한남동 한 단독주택을 예로 들면 공시지가는 200억원인데, 건물을 포함한 공시가격은 150억원이었다. 실제 땅값은 400억원이 넘는다. 공시가격을 조사하는 곳과 공시지가를 조사하는 곳이 달라서 그렇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시세 파악이 쉬운 아파트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이보다는 높다. 70% 수준이다. 아파트 가진 사람한테만 잔뜩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한다. 특히 강남 아파트만 타깃으로 한다. 지금도 1년에 2000억원씩 들여 공시지가와 공시가격을 조사하는데, 그것부터 제대로 하면 집값이 잡힌다. 굳이 종부세율 인상으로 어렵게 갈 필요가 없다."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추는 것으로 집값이 잡힐까
"물론 아니다. 지금도 집을 100채, 200채씩 가진 사람들 중 종부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 임대사업자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집을 세 놓는 사업을 하면 그건 당연히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어야 하는 거다. 이제껏 안했던 것을 일종의 무면허 운전을 한 걸로 봐야 한다.
당연히 했어야 하는 사업자 신고를 이제껏 안한 건데 무슨 혜택을 그리 많이 주나. 음식점을 차리겠다고 사업자 등록을 한다고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해준 적 있나. 다른 사업은 안 그런데, 왜 임대사업자만 그렇게 혜택을 준거냐고 묻고 싶다.
이 제도 만든 사람들을 모두 문책해야 한다. 국토부가 해명 자료 낸 것도 황당하다. 임대사업자 제도를 전 정권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럼 그때는 국토부가 없었나? 당시에 대통령이 만들라고 시킨 제도인가? 스스로 만든 제도인데, 이런 식으로 책임 회피하는 관료부터 바꿔야 한다.
같은 사람이 만들면 또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20번이 넘는 대책이 나왔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정책으로 나온 적이 없다. 다 핵심을 빗겨갔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 관료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관료들이 어떤 잘못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관료들이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있다. 신년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전으로 집값을 낮춘다고 했다.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복기해보자. 대통령 신년사와 12·16 대책 덕분에 1~2월에는 집값 상승세가 주춤했다. 3~4월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사람들이 움직이질 않으니 하락이 이어졌다. 한국감정원은 6주 연속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5월 7일에 용산에 미니 신도시를 세우고 서울 시내 재개발에 공공이 들어가서 하겠다고 발표한다. 건설업자에게 신호를 준 셈이다. ‘우리는 거품이 빠지게 놔두지 않을 거다’ 이런 신호다.
이런 발표를 하면 꾼들이 마포·용산·여의도로 몰려간다. 실제로 그 발표 이후 여의도, 마포, 용산의 부동산 가격이 막 오르기 시작했다. 6월 5일엔 잠실에 마이스 민간 투자 발표가 나왔다. 그랬더니 강남이랑 송파가 또 들썩였다. 6·17 대책에는 토지거래허가제가 포함됐다. 국토부 장관이 어디 어디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알려주는 꼴이 됐다.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 ‘연초에 대통령이 취임 이전 수준으로 집값 잡겠다고 말한 건 쇼구나. 관료들은 대통령 말도 안 듣는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겠나. 그런 장관을 불러다가 대통령이 대책을 내놓으라고 한다. 관료들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원치 않는다. 근본적으로 집값을 올리는 건 관료와 청와대다."
━일부러 효과 없을 정책을 내놓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청와대 참모들을 보면 실전 경험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교수 출신이거나 학창시절에 운동을 했거나 했다. 이들은 관료들을 이길 수 없다. 관료들은 과거 선배들이 만든 보고서와 온갖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관료들이 어설픈 정책을 가져오는데 그 정책이 그냥 발표된다. 그럼 대통령은 뭐가 좋은가. 경제를 억지로라도 지탱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진 것처럼 보여서 좋다. 경제 성적표를 좋게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관료들이 어설프게 정책을 짜와도 합의하고 수긍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지탱되고 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건물 대회의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
━청와대 참모진이나 2급 이상 공무원들의 다주택 상황을 공개했다. ‘직을 유지하고 싶으면 집을 팔아라’는 것이 옳은 일인가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라’고 한 것은 내가 아니라 대통령이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집 팔겠다는 서약서를 받으라고 한 것도 그들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내가 뭔데 남의 집을 팔라고 하겠나. 서약서를 받았다기에 확인하고 싶어서 공문을 보내 ‘그 서약서 좀 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전·현직 원내대표가 서로 미루면서 자료는 안 내놨다.
관료는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받는다. 국민의 머슴이다. 그런데 머슴이 오랫동안 상전 노릇을 하다가 이제는 머슴이 주인인줄 아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는 이걸 잊고 있다. 국민이 관료에게 품삯을 주는 거다. 그런 주인은 머슴보고 나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주인도 머슴보고 집을 팔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집도 많은 머슴이 남의 집에 와서 머슴살이 하는 것은 이상한 의도니까 나가라고 하는 거다.
공시지가 문제를 들여다본 계기 중 하나도 공직자 문제에서 비롯됐다. 엉터리 공시가격의 가장 큰 수혜자가 고위공직자였다. 가진 재산을 축소해 신고하는 데 딱 좋았다. 재산을 숨기고 축소하는 용도로 쓰고 있길래 공시지가 문제를 제기해서 그걸 밝혀준 것 뿐이다. 집값 안 올랐다기에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알려준 거고."
━대통령의 눈이 가려졌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2019년 11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처음 하던 날의 일이다. 임기의 절반을 지나던 날이었는데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했다. 발언 배경을 찾아봤더니 국토부가 청와대에 서울 주택가격은 10%, 전국적으로는 3~4% 올랐다고 보고서를 올렸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방송에 나와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랑 비교하면 우리나라 집값이 덜 올랐다고 이상한 통계를 말하더라. 그 때 알았다. 관료와 김수현 전 실장이 대통령을 속였다는 것을.
공직자들 아파트 가격이 실제로 얼마나 올랐는지 그걸로 집값이 도대체 얼마나 올랐는지 문 대통령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자료를 준비했다. 그랬더니 장하성 주중 대사의 집값은 10억원, 김수현 전 실장 집도 10억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집은 5억원이 올랐다.
청와대 참모들 37%가 다주택자였고, 10명을 추려봤더니 집값이 평균 57%나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의 집값이 이렇게 많이 올랐는데도 대통령은 10% 올랐다고 말할 수 있나. 집값이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사람은 공직에 오르면 안 되나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고위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 배가 아파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이 고위 공직자에 있으면서 비슷한 처지의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부동산이 많은 고위 공직자는 그냥 민간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국민을 상대로는 겁을 잔뜩 주며 세금을 더 걷을 것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세금을 안 내는 쪽으로 정책을 내고 있다.
서울시 구청장 25명 재산이 평균 50억원이 넘는다. 25명 중 24명이 구청장이 여당이고, 110명의 서울시의원이 102명이 여당이다. 어떤 사람은 20채, 30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자료를 보고 노영민 비서실장이 작년 12월에 팔라고 권고하고 유예기간 6개월을 줬다. 그런데도 다들 안 팔았다.
그럼 왜 국민들에겐 ‘사는 집 빼고 모두 팔라’고 했나. 지난 5월에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공문 보낸 적 있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아직도 조사 중이다, 상황 파악 중이다’고만 하더라.
자기 집값 올리는 정책만 생각하는 사람들. 그래놓고는 대통령에게 집값이 많이 안 올랐다고 속이는 사람들을 데리고 있는 한 대통령 말처럼 취임 이전으로 집값이 되돌아갈 수는 없다. 최근 가장 기가 막혔던 답이 최근 3년간 집값이 오른 게 구치소에 있는 전직 대통령 때문이라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답이었다. 기가 막혔다. 그리고 느꼈다. 대통령이 정말 사람 못보는구나."
━공시가격 현실화 이외에 시급한 조처는 무엇이 있나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선분양 체제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가지고 있는 서울 반포 주공 1단지를 지을 당시에도 있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일인데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분양을 하고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대신 정부가 아파트 가격을 철저하게 통제해서 바가지 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선분양 아파트엔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 공개가 기본이라는 뜻이다.
원가를 공개하고 상한제도 시행하면 기존 집값보다 싼 가격으로 아파트가 공급된다. 송파구 장지지구에 지은 아파트 원가는 780만원이었다. 분양가는 1020만원이었고, 당시 주변 시세는 2500만원이었다. 발산지구의 분양가는 650만원이었는데 원가는 580만원이었다. 서울시가 계속 아파트를 싼 값으로 공급하니 민간 아파트의 분양 가격도 같이 떨어졌다. 강남의 한 아파트가 분양가를 1050만원으로 하려다 970만원으로 낮춘 것이 좋은 예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2014년 말에 박기춘 국토위원장과 여당 간사 김성태 의원 등이 법에서 없애버렸다. 그러면서 2015년부터 분양가가 다시 높아졌다. 이때부터 바가지 쓰고 분양받는 시장이 됐다.
분양가 상한제를 무력화 시킨 정권에서는 결국 집값이 뛸 수 밖에 없다. 지금껏 박정희, 전두환, 노무현, 김영삼, 김대중 정권 2년까지는 분양가가 잘 통제됐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때 그것이 작동하지 않았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또 잘 돌아갔었다."
━분양가 상한제는 결국 돈 있는 무주택자만 로또맞게 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세 살이하면서 집 한채 분양 받으려고 사는 사람이 얻는 이익을 ‘로또’라고 할 수 있는가. 그 수익을 그 무주택자가 가져가지 않으면 건설사가 가져가는데, 건설사가 가져가는 ‘로또’는 그럼 무엇인가.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버렸던 국회의원들이나 부동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꾸 주택을 시장 논리로 풀라고 한다. 주택이 공장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공산품인가. 부족하면 수입할 수 있는 재화인가. 주택 정책은 그렇게 접근해선 안 된다."
━관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나
"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을 70%에서 12%로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 사람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내는 목소리도 그런 식의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물론 내가 원한 결과는 아니다.
나는 집값을 내릴 힘은 없다. 그런데 관료들과 청와대 참모들은 집값을 내릴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지금까지 그들은 권력을 자기 집값을 올리는 데 썼다. 그리고 0.1% 재벌, 투기꾼, 건설업자만 이롭게 했다. 앞으로는 권력을 제대로 쓰시라."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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