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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압승 축포를 터뜨린 여권이 총선 승리 후 약 3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집권 4년 차에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이 대형 악재들이 잇따라 터져나와 후반기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역대 정부에서도 여권이 선거 승리 축포를 터뜨린 뒤 일방적인 국정 운영으로 지지율 급락을 초래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선거 압승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물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세도 심상치 않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중도층 이탈이 크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4월 총선 이후 정당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5월 넷째 주로 47%였다. 하지만 지난주(7월 둘째 주)엔 40%로 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은 50%에서 41%로, 인천·경기는 49%에서 38%로 하락했다. 또 충청도는 51%에서 40%까지 하락했다. 성향별로 보면 이 시기 중도층은 7%포인트(39%→32%)가 빠졌고, 진보층에서도 6%포인트(73%→67%) 떨어졌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을 만나며 느끼는 체감 지지율은 거의 반 토막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변화는 4·15 총선 직후 슈퍼 여당의 등장과 함께 일방적인 국정 운영과 정권 핵심 주체들의 지나친 자신감이 초래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4·15 총선 직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갑작스럽게 사퇴하며 충격파를 던진 건 시작에 불과했다. 불과 석 달도 안 돼 박원순 서울시장이 똑같은 여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까지 하면서, 앞서 유력 차기 대권주자에서 낙마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까지 '데자뷔'처럼 작용하며 여권은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176석에 달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슈퍼 여당'이 후반기 국정동력의 강력한 우군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상임위원장 독식, 각종 개혁 입법 밀어붙이기 등이 국민에게 '오만'과 '독선'으로 비치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대책 등 정책 실패와 잇따른 성 추문으로 정권을 지탱하는 양대 축인 국정 운영과 도덕성에 깊은 생채기가 나면서 2년 가까이 남은 후반기 문재인정부의 국정동력도 급속히 와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터져나온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도 굳건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꺾은 '변곡점'이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를 통해 제시하며 '1호 공약'으로까지 불렸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란 화두가 오히려 불씨가 됐다. 가뜩이나 취업난에 시달리는 핵심 지지층인 20·30 세대의 반감을 자극하면서 총선 전 정권의 큰 부담이었던 '조국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국공 논란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성난 청년 민심은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30·40 세대의 반감과 맞물려 국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커졌다. 21번째 6·17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는 '내성'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고 청와대는 물론 당정청 고위 인사들의 다주택 '내로남불' 행태로 논란은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정부가 서둘러 한 달도 안 돼 다시 고강도 7·10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의 잇따른 '헛발질'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일각에선 여권이 총선 직후 '입조심' '몸조심'을 당부하며 그토록 경계했던 '승자의 저주'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4년 당시 집권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국가보안법, 사학법 등 4대 개혁 입법에만 '올인'하며 야당과 전쟁을 벌이면서 지지율 급락 사태를 맞았다.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역시 2008년 친박연대·자유선진당 등과 함께 보수 성향의 범여권 의석수가 197석에 달했지만 미국산 쇠고기 개방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집권여당도 국회 정상화에는 손을 놓은 채 브레이크 없는 '입법질주'만 밀어붙이며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 이후 집권여당이 오만과 독주의 모습을 보이고 부동산 정책 실패, 박원순 사태까지 악재가 터져나오며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문제는 당과 청와대에서 위기의식이 공유되지 않으면서 미봉책으로만 넘어가려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연초 문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국민들이 '포용' '혁신' '공정'에서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6개월 만에 우왕좌왕하는 부동산 정책과 정권 스스로 공정, 도덕성 등 정권의 핵심 가치까지 허무는 사태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정권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임성현 기자 / 김성훈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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