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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 정권이 검찰 사건 수사 직접 개입할 선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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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이른바 채널A 기자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추미애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를 수용했다. 윤 총장은 더 이상 수사 지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기자와 윤 총장 측근 검사가 유착된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권력과 친여 언론이 기자에게 덫을 놓은 것인지 논란이 크다. 그런데 대통령 대학 후배가 지검장인 서울중앙지검은 윤 총장 측근에게만 수사 초점을 맞추고 다른 측면은 거의 수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윤 총장이 다른 독립적 조직에 수사를 맡기자고 했으나 추 장관이 거부했고 이날 윤 총장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최악의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법무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통해서 지휘한다'는 검찰청법 조항은 법무장관은 개별적인 수사에 간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꼭 필요한 경우에 그것도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개입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둔 것이다. 실제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은 2005년 천정배 법무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우리 법과 거의 같은 일본에서도 1954년 딱 한 차례 지휘권이 발동됐고 그것이 정권이 몰락하는 한 원인이 됐다.

수사지휘권을 이토록 극도로 제한한 이유는 정권이 법무장관을 통해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런데 추미애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두 차례나 연속으로 행사했다. 장관이 이렇게 막 나갈 수 있는 것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대통령의 지시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검찰총장은 허수아비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대통령이 법무장관을 통해 검찰 수사를 지휘하게 됐다. '법무총장' 시대가 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재 검찰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및 하명 수사,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횡령·배임,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환매 중단 등 현 정권과 여권 인사가 연루된 의혹들을 수사 중이다. 조국 사건과 유재수 비리 무마 사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윤석열 몰아내기 공작이 노골화되면서 검찰이 이런 수사에서 사실상 손을 떼는 듯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중의 방관 속에 법치 파괴가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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