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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필동정담] 옵티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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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는 '가장 좋은' 또는 '최선'이라는 뜻의 라틴어 옵티무스(Optimus)에서 유래됐다. 세계나 인생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일상에서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심리적 경향, '낙관주의(Optimism)'도 여기에서 파생됐다. 라이프니츠가 "신은 최선의 세계를 선택해 창조했다"며 낙관주의를 강조하자, 볼테르가 철학적 콩트 '캉디드'에서 라이프니츠의 낙관론을 통렬하게 통박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최근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심상찮다. 이 사태는 옵티머스 자산운용사가 정부 산하기관이나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것처럼 속인 뒤 실제로는 부동산 개발업체나 대부업체 등 비상장 부실기업 회사채에 투자해 5000억원대 피해가 예상되는 사건이다. 2018년 3월 검찰 수사 도중 해외로 도피한 이혁진 전 대표(옵티머스 설립자)가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 실세들과 교분을 맺어온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정권유착 의혹마저 제기됐다. CJ자산운용 임원 출신인 이 전 대표는 2012년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12월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금융정책특보를 맡았다.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한양대 동기인 그는 임 특보가 이사장을 역임한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상임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해찬 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 권양숙 여사 등과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릴 정도로 화려한 인맥을 자랑했다고 한다. "옵티머스 사태가 권력형 스캔들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대중 정권은 이용호 정현준 진승현 게이트로, 노무현 정권은 나라종금 썬앤문 사건과 박연차 김재록 게이트로 치명상을 입었다. 현재로서는 이 전 대표의 인맥만으로 정권유착 의혹을 단정하기 이르다. 하지만 양파껍질처럼 나오는 의혹을 해소하려면 이 전 대표가 서둘러 귀국해 해명에 나서야 한다. 여권도 '낙관주의'에 빠져 뒷짐만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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