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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 `투기와의 전쟁` 프레임 접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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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대책 리셋 ④ ◆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21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은 데다 여당 국회의원·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위선적인 실태가 드러나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국민에게는 '살지 않는 집은 팔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다주택 보유로 불로소득을 올렸으니 시장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3년간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상 실패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3년 만에 6억원에서 9억2500만원으로 52%가 치솟았고 양극화는 심화됐다. 서민과 청년들의 부동산 사다리는 끊어졌고 내 집 마련 꿈은 더 멀어졌다.

'부동산에 자신 있다' 던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극도의 불신을 받는 상황에 처했다.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프레임에 있다. 투기와의 전쟁은 참여정부가 내세웠던 간판이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정책으로 판명이 났는데도 참여정부의 정책 설계자였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에게 다시 설계를 맡긴 것부터가 패착이었다.

정부는 집값 급등 원인을 사악한 '투기세력'의 준동 탓이라고 진단했다. 집값 상승 진원지인 강남 고가주택 보유자, 다주택자 등을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정조준하는 세금·대출 규제 등 징벌적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집값 안정대책이 아니라 강남과 다주택자 때리기를 통해 지지층 이탈을 막으려는 '부동산 정치'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런 이유다.

투기세력을 옥죄면 집값이 안정될 거란 논리였지만 결과는 계속 빗나갔다. 원인 진단과 처방이 틀렸기 때문이다. 반시장적인 규제는 거래실종이란 부작용을 부르면서 집값은 튀어 올랐다. 다주택자 규제와 세금폭탄은 전셋값을 끌어올리며 세입자에게 부담이 가중됐다. 결정적으로 '지금 못 사면 영영 못 산다'는 불안과 공포가 '패닉 바잉'을 부추기면서 시장은 더 요동쳤다. 부동산은 심리인데 적대적 규제는 집값 불안→공포→가수요→집값 불안의 악순환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수요공급 원칙을 무시한 채 '누르면 잡힌다'는 오기로 실체가 모호한 '투기세력'을 쫓은 정책은 역효과와 시장 혼란만 가중시켰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오만부터 버려야 한다.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려면 3년간 부동산 운전대를 잡아 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인물을 기용해 시장 원리에 입각한 새로운 해법과 처방을 내놓도록 해야 한다. 성난 민심을 잠재우려면 발상과 정책의 대전환을 더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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