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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최숙현 선수의 참담함, 똑같이 느꼈습니다”…국회 토론회 도중 어느 학부모 눈물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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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폭언 가해 코치가 되레

변호사 앞세워 피해자 압박

자격정지 중 선수 지도 계속

“한 공간서 운동…아이 질겁”

[경향신문]

경향신문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왼쪽에서 세번째)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국회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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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피겨 꿈나무를 딸로 둔 엄마는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진상규명 및 스포츠 폭력 근절, 스포츠 구조개혁을 위한 긴급토론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가 열렸다. 토론회 중간에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한 학부모가 용기 내서 증언에 나섰다.

그는 “최숙현 선수가 암담한 상황에서 얼마나 참담함을 느꼈을지 알기에 용기를 냈다”고 입을 열었다. 그런 뒤 “지난해 3월 피겨스케이팅을 너무 하고 싶어 하는 딸아이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코치의 폭행, 폭언이 무서워서 9시간 내내 화장실도 못 가고 아이를 지켜봐야 했다”며 악몽 같던 시간을 떠올렸다.

결국 신고했지만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경찰에 신고하니 “벌금 20만~30만원으로 끝날 것”이라는 허무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후 같은 코치에게 여덟 살 아이도 피해를 입었다. 이에 피해자 4명이 각 단체에 진정서를 내고, 법적 조치를 밟았지만 한 발짝도 전진하기 어려웠다는 게 엄마의 호소다. 오히려 가해자인 코치가 유명 변호사를 앞세워 피해자를 압박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아마 최숙현 선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우리 4명의 피해자도 감당하기 힘든 압박감을 어린 선수 혼자 감당했을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흐느꼈다.

해당 코치는 자격정지 1년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다. 이후 추가 피해자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자격정지 기간이 3년으로 늘었지만 사후 대처는 황당했다. 이 코치는 징계 중에도 여전히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심의 과정에서 공식 ‘지도자 자격증’도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사실상 ‘과외’여서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협회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협회에서는 제재할 법이 없다고 한다. 이런 징계라면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서 운동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아이는 여전히 피겨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트라이애슬론도 그렇겠지만 좁은 피겨계에서 (그 코치와) 계속 마주친다. 아이는 비슷한 사람만 걸어와도 질겁하는데, 대회에서도 만날 수밖에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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