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손모씨 한국에 두고 발본색원? 세상 물정 모르는 도련님 같은 소리”

[경향신문]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영상 갈무리.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모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문을 두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랑방 도련님 같은 소리”라고 비판했다.

서지현 검사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결정문을 받아보고 한 자, 한 자, 직접 다시 봤다. 역시나 첫 느낌이 맞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서 검사는 “지난 10년간 서울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심사를 30건 했고, 그중 불허 결정이 난 것은 한 건뿐이었다”라며 “(손씨 사건은)범죄인 인도의 목적과 요건에 모두 맞는 사건이라고 판단해 당연히 인도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유에 대해 “미국에 피해자들이 있고, 그의 공범이 53명이나 있으며 손정우가 사용한 가상화폐 거래소 중 일부가 미국에 있었다. 당연히 미국에서 법정에 세워 사법정의를 세워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검사는 “결정문에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고 발본색원적 수사가 필요하므로 운영자였던 손씨의 신병을 대한민국에서 확보해 관련 수사활동에 필요한 증거와 정보를 추가적으로 수집해 활용해야 한다’고 쓰여있다”라며 “굉장히 좋은 이야기지만 현실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이미 한국, 미국, 영국 등 32개국의 수사기관이 공조해서 할 수 있는 수사를 다 했다”며 “대한민국에서는 경찰, 검찰 수사가 공식적으로 종료됐고 판결도 확정됐고 형 집행도 마쳤다. 전혀 추가 수사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허 결정을 내린)판사님은 너무 애국자다. 애플이 해커를 고용한 것처럼 우리도 손씨를 활용해서 이 범죄 한 번 발본색원해보자 이러셨다고 볼 수도 있다”며 “그런데 다크웹은 서비스 제공자와 사용자 쌍방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다크웹에 남아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어떤 디지털 포렌식의 방법이나 가상화폐 추적기술을 활용해서 이용자를 알아내는 것이지 손씨가 회원들 정보 손에 쥐고 있다가 주지 않는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회원정보를)손씨가 손에 쥐고 있지 않고, 쥐고 있다고 해도 줄지 안 줄지 모른다”며 “판사님은 손씨를 인도하지 않고 대한민국이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수사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손씨가 형 집행이 다 끝났다. 판사님이 인도 거절 결정을 내리셔서 집에 갔다. 연락이 안될 수도 있고 오라고 해도 안 나오면 강제로 출석시킬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랑방 도련님 같은 소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처벌하면 범죄예방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는 질문엔 “추가 수사가 가능할 때 이야기”라며 “이렇게 위험한 아동 성 착취 범죄자를 가볍게 1년 6개월 실형 선고하고 만다는 것은 사실 범죄 예방에 더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20부(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부장판사)는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을 발본색원하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손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손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컴퓨터 주소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에서 W2V를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게시하고 비트코인 4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 넘겨진 손씨는 지난 4월27일 만기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미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손씨의 강제 인도를 요구해 출소가 미뤄졌다.

손씨는 6일 재판부의 인도 불허 결정에 따라 곧바로 석방됐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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