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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는 걸까. 서울 아파트값이 6‧17대책 이후에도 계속 오르고 있다. 신고가를 기록하는 아파트도 줄줄이 나왔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 주(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11%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세금‧대출 규제가 정조준한 강남도 크게 올랐다. 강남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12%로, 전주(0.03%)의 네 배 수준이다.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송파구도 0.18% 상승해 전주(0.07%)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서초구 역시 0.10% 올라 전주(0.06%) 상승률을 넘어섰다.
강북권에선 도봉구(0.08%→0.14%), 노원구(0.08→0.13%), 마포구(0.07%→0.14%)가 많이 올랐다. 수도권도 0.17% 상승하며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6‧17대책 규제 대상에서 빠진 김포시(0.58%)는 ‘풍선 효과’로 아파트값이 2주 만에 2.79% 상승했다.
신고가도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 강남 도곡렉슬 85㎡(이하 전용면적)은 26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보다 1억6500만원 높은 값이다. 지난 6일엔 서울 마포 한화꿈에그린(113㎡)의 실거래가 기존 최고가보다 9000만원 비싼 13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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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지역=집값 오를 지역’ 공식 생겨
전문가들은 아파트값 상승의 원인으로 규제 부작용을 지목한다. 효과 없이 반복된 규제가 오히려 집값 상승 기대를 부추기고, 과도한 규제는 '거래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초강력 규제인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되는 송파구 잠실동이 대표적이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어려워진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규제 대상이 된 것 자체를 호재를 생각하고 집값 상승을 더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시장에 매물이 돌아야 가격 조절을 꾀할 수 있는데 보유세와 거래세를 같이 올리니 팔아도, 보유해도 세금 폭탄이라면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그냥 버텨보겠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밑바탕에는 그동안 정부 대책이 외면해 온 공급 부족이 똬리를 틀고 있다. 무엇보다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적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준공 물량은 4만1000가구로 지난해보다 10% 적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경우 이번 달 입주 물량이 50여 가구에 불과하다.
전세 시장도 규제 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다. 늘어난 보유세를 내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자 전셋값을 올리는 집주인이 늘고 있어서다. 국회가 전‧월세 인상을 막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임대차 3법’도 불쏘시개가 됐다. 소급 적용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당분간 못 올릴 전셋값을 당장 올리자”고 나선 것이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죽현마을 동원로얄듀크 84㎡는 지난달 4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5억5000만원은 내야 한다. 한 달 새 전셋값이 1억원 올랐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0% 올라 54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강남구(0.16%), 서초구(0.15%), 송파구(0.16%), 마포구(0.19%), 강북구(0.14%) 등 아파트값 상승 폭이 큰 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이 특히 높다. 전셋값 상승이 다시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청약 거주요건 강화 등까지 더해져 서울 주요 지역의 전세 매물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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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차관, “시세차익 환수 이어갈 것”
상황이 이렇지만, 국토부는 ‘매물 잠김 해소’를 통한 시장 안정화가 아니라 ‘시세차익 환수’에 매달리고 있다. 9일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거래세 인하에 대해 “시장에서 일관되게(시세차익에 대한) 환수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게 시장 안정에 더 큰 도움이 된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과다한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세 부담도 지속해서 높여 나가는 제도도 병행해야 한다”며 거래세 인상을 암시했다.
강창덕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책의 목표는 서민의 주거안정이여야 하는데 특정 지역의 특정 아파트값을 잡겠다는 것이 목표가 된 형국”며 “이런 ‘땜질식’ 대책으로는 세금만 거두려고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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