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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아파트 팔겠다" "난 못판다"… 당정청 온종일 부동산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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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들끓는 부동산] 장·차관 40명중 14명 다주택자… 총리실, 2급 이상 1500명 조사

당·정·청(黨政靑)이 8일 한목소리로 국회의원, 장차관, 청와대 참모 등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에게 "집 1채만 남기고 다 팔라"고 지시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4·15 총선 전후 고공행진하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6·17 부동산 대책' 이후 50% 아래로 떨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고위 공직자 집 처분은 사실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니지만 상징적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집값은 못 잡아도 나빠질 대로 나빠진 민심이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 부동산 문제로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며 "각 부처는 지자체를 포함해 고위 공직자 주택 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고위 공직자들에게 사실상 '실거주 1주택'을 강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 총리는 "고위 공직자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으면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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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도 소속 의원들에게 다주택 문제를 해결할 것을 압박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총선 당시 '2년 내 처분'을 약속했지만,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취지에서 이른 시일 내 이행해줄 것을 (소속 의원들에게) 당 차원에서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더불어시민당 포함) 내 다주택 의원은 총선 기준 42명으로, 전체 의원 4명 중 1명꼴이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의 다주택 논란은 매우 유감"이라며 사과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론 악화가 심각해서 2년까지 기다리기는 어렵다"며 "내부에선 '1년 이내 매각'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총리실은 곧바로 정부 부처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다주택 매각 대상은 2급 이상(국장급)"이라며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만 올해 내 매각이 목표"라고 했다. 중앙 정부 부처 기준으로 1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150여 명이다. 2급까지 확대하면 1500여 명이 전수조사 대상이 된다. 현재까지 18개 부처 장차관 40명 중 장관 8명, 차관 6명 등 14명(35%)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각각 집 3채씩을 보유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본인 명의로 경기 의왕시 아파트와 세종시 나성동 아파트 분양권을 보유 중이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중 다주택자는 12명(오피스텔 등 제외 시)이다. 김조원 민정수석, 김거성 시민사회수석, 김외숙 인사수석, 강민석 대변인,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등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국회의원들과 청와대 참모, 고위 공무원 사이에선 "나는 못 팔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부모가 살고 있는데 '당장 나가시라'는 불효를 저지르라는 거냐. 못 판다"고 했다. 다주택자로 지목된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 사정이란 게 있는 거 아니냐"며 "두 채 중 한 곳은 실거주용이고, 한 곳은 가까운 가족이 살고 있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했다. 한 국장급 인사도 "공무원이 무슨 봉도 아니고 부모님이 평생 살다가 돌아가신 뒤 물려준 집을 그냥 팔라는 거냐"고 했다. 이런 불만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사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며 "하지만 그 사정까지 봐달라고 할 거면 지금의 권력을 내려놔야 한다. 돈도 갖고 권력도 갖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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