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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부동산 민심 이반 돌리기에 당정청 '올인'…늦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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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강남불패' 시그널 우려

추가 매각 의사 밝혔지만 민심은 여전히 싸늘

"국민 신뢰가 있어야 정책이 효과를 본다. 너무 늦었다" 한탄

양정숙, 윤미향 사건으로 지지율 하락 경험한 민주당

민주당 핵심지지층인 30~40대에 부동산은 '뇌관'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김광일 기자

노컷뉴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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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더해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에 경고등이 켜졌다. 청와대와 정부, 집권 여당인 민주당까지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제한하기 위한 부동산 관련 법률 개정안과 고강도 정책 입안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 청와대 노영민 '헛발질'에 민주당도 '부글부글'

'똘똘한 한 채'인 서울 반포 아파트를 팔지 않고 지역구인 청주 주택을 매각하기로 했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8일 반포 아파트도 추가 매각하기로 했다. 노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도와 다르게 서울의 아파트를 남겨둔 채 청주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것이 서울의 아파트를 지키려는 모습으로 비쳐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6·17 부동산 대책이 집값은 잡지 못하고 오히려 대출제한으로 내집 마련의 문턱만 높였다는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와중에, 노 실장이 '강남 불패' 시그널을 시장에 던졌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다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던 노 실장이 정작 알짜배기 아파트로 부동산 신화에 의지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 신뢰가 있어야 정책에 효과가 있다. 지금은 바닥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가 고민인데 답이 안 보인다"며 "노 실장이 (여론에) 등 떠밀려 내놓는다지만 너무 늦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당초에 청와대에서 노 실장을 설득하고 (고위공직자의 모범을 보이는) 브리핑을 했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노 실장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들에게 "투기 지역으로 묶인 곳에 2주택 이상을 보유했을 경우,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매각하라"고 권고했을 때부터 '대통령 비서실장'의 '령(令)'은 서지 않았다. 비서관급 이상 다주택자 12명 중 실거주 아닌 주택을 매각한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일부는 노 실장의 권고를 일방적이라고 간주해 강력 항의하는 등의 소동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 실장 말고도 청와대 소속 공직자 상당수가 부동산 정책 관련 국민 신뢰를 확보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 이낙연 "노영민에 전화했다" 정세균 "다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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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총리(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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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을 무겁게 받아들였을까? 8일 전·현직 총리는 엄중한 상황 인식을 공유했다.

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이낙연 전 총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겠다. 본인(노 실장)께도 그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노 실장이) 국민들의 실망을 충분히 알고 계시는 것으로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정세균 현 총리는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2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 중 다주택일 경우, 1채만 남기고 모두 매각하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다면 어떠한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 총리는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시기이며 사실 이미 그 시기가 지났다는 생각이다. 정부는 국민께서 무엇을 요구하시든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총리실은 정 총리의 당부가 일단 권고사항이긴 하지만 지키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청와대도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만간 다주택 보유 참모들의 주택 매각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협의를 하고 있고 정리가 되면 얘기를 할 것"이라며 "처분 계획 발표는 이달 말까지 가지 않을 것이다. 빠르면 이번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화들짝' 놀란 민주당도 고강도 대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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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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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르면 9일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세율 인상과 공제한도 축소 등을 담은 고강도 대책을 내놓는다.

다주택 보유가 부동산 시장 왜곡을 가져온 만큼, 현재 2주택 이상을 구입해도 첫 주택 구입시와 동일하게 적용되는 취득세율을 2주택, 3주택 구입에 따라 누진 적용하는 '싱가포르' 모델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주택자들에게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늘리고 주택 단기 매매를 막기 위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도 추진 중이다. 실제로 강병원 의원은 주택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양도소득세율을 80%로, 1년 이상 2년 미만일 경우 70%로 적용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해찬 대표는 8일 "아파트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국민들의 걱정이 많고 박탈감도 크다"며 "(당 차원에서) 7월에 할 수 있는 조치를 하고 더 신중하게 검토해 (9월) 정기국회에서도 보완하겠다. 계속 문제 의식을 갖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종합적 대책을 수립해 아파트 투기 근절과 부동산 안정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후보자들에게 실거주 외 주택을 2년 안에 매각하도록 서약서를 제출받았다"며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솔선수범한다는 취지에서 이른 시간 안에 약속을 이행해 줄 것을 당 차원에서 촉구한다"고 압박했다.

◇ 싸늘한 민심 "시세차익 반납하라"...민주당 속앓이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등 당정청이 똘똘 뭉쳐 부동산 민심 이반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민심은 냉담하다. 110만명 이상이 가입한 네이버 부동산 카페에는 노영민 실장의 반포아파트 매각을 두고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미래통합당 김현아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주택일 때 싼 주택(양도차익이 적은 주택)을 먼저 파는 것도 절세전략이긴 하다. 다 계획이 있으셨다. 깊은 뜻과 계획을 몰라주니 당황하셨겠다"며 노 실장을 비꼬았다. 노 실장이 청주 주택을 먼저 판 뒤 반포 아파트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8억2000만원으로 추정되는 차익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42%+가산세)을 적용받지 않게 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반포를 먼저 매각했다면 4억원 가량의 양도세가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반포 아파트를 팔겠다는 노 실장의 페이스북에는 "시세차익을 반납해 좋은 모범 사례를 만들어 달라"는 취지의 댓글도 달리는 등 민심은 싸늘하다.

민주당은 부동산 차명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제명된 양정숙 의원과 위안부 피해자 회계 부정 논란에 선 윤미향 의원 사건 등으로 가뜩이나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문제가 더 큰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30~40대의 정서를 크게 건들였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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