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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성폭행 의혹’ 내무장관, ‘여혐 발언’ 법무장관…여성 무시한 프랑스 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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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제랄드 다르마냉 | 에리크 듀퐁모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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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단행한 개각에서 성폭행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최측근 인사를 경찰을 감독하는 내무장관에 임명하고 여성혐오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를 법무장관에 기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국정쇄신 차원에서 개각을 단행했으나, 오히려 논란만 키운 것이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 측근 제랄드 다르마냉(위 사진)은 성폭행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경찰을 통솔하는 내무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노르드주 의원으로 재직하던 2009년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의 법률 담당 여성 당직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7년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고, 다르마냉은 이 여성을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몇 차례 소송을 거친 끝에 파리 항소법원이 지난달 검찰에 재수사를 명령했다. 그는 2014~2017년 프랑스 북부 투르코잉 시장 시절 공공주택 지원을 대가로 한 여성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관계자는 다르마냉의 성폭력 의혹이 내무장관 임명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며 사건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새 정부 대변인 가브리엘 아탈도 이날 첫 국무회의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사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죄가 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다르마냉을 옹호했다.

신임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에리크 듀퐁모레티(아래)는 ‘미투 운동’(나도 고발한다)을 폄하하는 발언들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2018년 프랑스 정부가 캣콜링(거리에서 여성을 향해 휘파람을 부는 등의 성희롱)을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하자 “일부 여성들은 캣콜링을 그리워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성폭력 혐의로 미투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과 관련해 “권력에 끌리는 여성들이 있다”고 말해 비난을 샀다. 그는 변호사 시절 아내를 살해한 대학교수와 정치인 암살을 사주한 남성을 포함해 120여건의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끌어내 ‘무죄네이터’(무죄+터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은 7일 파리에서 두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회당 소속 페미니스트 정치인 카롤린 드 하스는 트위터에 “마크롱 대통령이 성폭력 피해자들의 입에 침을 뱉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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