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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최숙현 사망 후에야 권고 낸 인권위... 늑장 대처에 '사태 방치'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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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사건 계기 특조단 출범ㆍ실태조사 실시
후속대책 없고 조사 범위도 좁은 한계 노출
7일에서야 "대통령 나서라" 포괄적인 권고만
한국일보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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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감독에 의한) 성희롱, 언어폭력 피해자입니다. 저는 내년에 운동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늘 할 수 있다고 마음 먹었는데 지금은 훈련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내가 하는 이 운동이 너무 두렵습니다. 너무 지치고 또 지쳐서 자해까지, 자살시도까지도 해버렸던 때가 있었습니다."(실업팀 운동선수 A씨)

"문제제기를 하고 호소문을 써도 생각보다 변한 게 없어요. 경찰서 갔을 때도 '성추행이나 폭행 당한 거 있느냐, 그거 없으면 돈 말고는 걸 수 있는게 없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거예요."(실업팀 운동선수 B씨)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실업팀 직장운동선수 인권실태조사 결과에 드러난 선수들의 피눈물 나는 호소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지난해 7월 진행된 해당 조사 곳곳에서 선수들의 피해 사례가 포착됐다. 지도자와 선배 등의 폭행, 성폭력 등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내용도 다수였다.

그럼에도 스포츠계의 이런 해묵은 병폐를 막기 위한 인권위의 조치는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최숙현 선수가 사망(지난달 26일)하고 한참 뒤인 이달 7일에서야 나왔다. 체육계의 병폐를 따끔하게 지적하고 처벌과 제도 개선을 이끌기는커녕, 최 선수의 여러 차례 진정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인권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해 1월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출범시키며 체육계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스포츠계 병폐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제대로 시정되지 않는 만큼, 인권위가 이를 중점 의제로 설정하고 실태조사와 가이드라인을 주도하겠다는 취지였다.
한국일보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8일 오전 경북 경주 대구검찰청 경주지청에서 경주시 체육회 관계자가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경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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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체육계 종사자들은 인권위를 믿고 여러 신고를 접수했지만, 이 중 상당수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았다. 8일 인권위에 따르면 특조단이 꾸려진 후 지난해 말까지 스포츠 분야 폭력ㆍ성폭력 등 인권침해와 관련해 인권위에 접수된 온ㆍ오프라인 신고는 127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조사 중 구제조치 권고가 이뤄진 신고는 14건, 조사 중 해결된 것은 13건(지난해 12월 31일 기준)에 불과하다.

인권위가 약속한 대대적 조사도 현장의 실태를 모두 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22일부터 15일 간 17개 시ㆍ도와 40여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선수 1,2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는 전체 실업선수(기업 운영 직장운동부 선수 포함 8,289명) 중 15.1% 수준에 불과하다.

조사 결과 발표 이후 8개월 간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었던 점도 인권위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발표 한달 뒤인 지난해 12월 전원위원회를 열고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국가기관 등에 세부 개선방안을 권고하기로 했으나 실행에 나서지 않았다. 최 선수 측은 그 사이 두 차례나 인권위에 진정을 내고도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인권위는 7일에서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스포츠계 개혁이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으로까지 이뤄지도록 하라”고 권고하면서도 “세부 권고 사항은 전원위원들의 구체적 의견을 듣고 발표하겠다”며 또다시 미뤘다. ‘뒷북 권고’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늑장 대응인 셈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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