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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WHO “공기 감염 가능성 인정”…무더위에도 방역마스크 필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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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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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m’의 물리적 거리두기를 권고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방역수칙(2020년 4월17일 기준) |WH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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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7일(현지시간) 공기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이와 관련해 새로운 증거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WHO는 ‘코로나19의 주 전파 경로는 비말(침 방울)과 접촉’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에어로졸(공기 중 미립자)’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추가로 인정한 것이다.

베네데타 알레그란치 WHO 감염통제국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공공장소, 특히 혼잡하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폐쇄된 환경에서는 공기 전염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전 세계 32개국 과학자 239명이 공개서한을 통해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이 코로나19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WHO가 적절한 경고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를 수용한 것이다.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알레그란치 국장은 “WHO는 공기 전염을 입증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했지만 사흘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비말보다 작은 지름 1㎛(100만분의 1m) 이하의 미립자인 에어로졸은 주로 비말에서 수분이 빠진 형태를 띤다. 가볍고 크기가 작기 때문에 비말보다 공기 중에 오래 떠다닐 수 있으며 더 멀리 전파된다.

다만 알레그란치 국장은 “해당 증거가 확정적이지는 않으며, 더 많은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비말 또는 직접 접촉을 더 주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WHO의 방역수칙도 일부 수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WHO는 비말과 접촉이 주된 감염 경로라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손 씻기와 물리적 거리두기를 방역 우선 지침으로 제시했다. 공기 전파 가능성을 인정함에 따라 현재 ‘최소 1m’인 권장 거리두기 간격을 ‘2m 이상’으로 늘리거나, 차단율이 높은 방역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지침도 WHO 수칙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과학자 239명도 공기 전염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WHO에 방역수칙 추가·수정을 촉구한 바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8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방역수칙 개정과 관련해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을 피하고 환기를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역대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WHO가 전향적으로 과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긴 했지만, ‘그간의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우한(武漢)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WHO에 첫 보고된 이후, 주요 발병 사례가 나타날 때마다 WHO는 ‘가능성이 낮다→배제할 수 없다→인정한다’는 식의 후속 대응으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속수무책이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사람 간 전염’과 ‘무증상 전파’ 등에 이어 ‘공기 전파’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응 경로를 따르고 있다.

물론 기존 연구결과가 없는 ‘신종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전 세계 보건당국과 학자들 모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WHO가 상황별로 선제적·고강도 대응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확산 속도를 늦추거나 환자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은 화상 브리핑에서 “WHO 차원에서 코로나19 전염 방식에 대한 지금까지의 지식을 종합 정리한 자료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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