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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자수첩] 번복과 땜질 반복하는 부동산 정책 정말 믿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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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정부가 공공성 있는 임대주택이 필요하다면서 임대사업자 등록하라고 권장해놓고, 집값이 오르니 이제 와서 약속했던 혜택들을 다 못 주겠다고 엄포를 놓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애초에 임대사업자를 잡으려고 덫을 놨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정부가 투기세력을 잡기 위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의 추가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자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던 이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한 40대 임대사업자는 "언제 또 말을 바꿀지 모르니 불안한 마음뿐"이라며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집값을 올린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벌 받으려고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고 푸념했다.

정부와 여당은 최근 불안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여러 땜질 정책을 내놓다가 결국 정부 스스로 밝힌 원칙마저 뒤집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종부세 등 세제 특혜를 다시 축소하는 법안을 지난 5일 발의했다.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면 세제·금융 혜택을 드리니 다주택자는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시면 좋겠다"는 3년 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

정부와 여당이 기존 약속을 뒤집으면서까지 임대사업자들을 비롯한 다주택자들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는 데에는 그들이 보유한 매물을 시장에 꺼내 공급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오히려 정부가 퇴로를 막고 세금만 더 크게 물린다면 다주택자의 매물 출현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은 쫓기듯 발표하고 급하게 땜질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6·17 대책 여파로 중도금과 잔금 대출이 막히게 된 아파트 청약 당첨자 사례가 대표적이다.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이 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20~30%포인트씩 줄었다. 갑자기 추가 대출이 어렵게 된 투자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위헌 소송까지 준비하자 정부는 뒤늦게 보완 대책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반복적으로 땜질 정책을 내놓다 보니 부동산 정책 신뢰도도 떨어졌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3일 YTN 의뢰로 18세 이상 500명을 상대로 6·17 대책 후속 조치의 효과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49.1%였다. 시장이 정부가 아직 꺼내놓지도 않은 부동산대책을 불신하는 상황이다.

되레 ‘더 센 대책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6월 거래량도 폭증해 월별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거래가 활발해진 상황이다. 아직 신고기한이 한 달 가까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다였던 2018년 1월의 1만2500여건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계속된 정책 실패에 전세시장마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30대는 물론 20대까지 아파트를 매수하는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포에 의한 사재기)이 일어나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정책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밖에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되돌릴 방법은 있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김민정 기자(mj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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