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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N번방의 시초' 손정우 사건

손정우 송환 불허에 정치권도 부글부글 "사법불신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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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알린 여성 활동가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사법당국을 비판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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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의 신병을 인도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한 법원 결정에 정치권에서도 규탄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법부가 사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에 강한 의문을 표했다.

"사법부 본연의 역할이 뭔가"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법원은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해 수사의 주권을 한국에 둠으로써 철저한 마무리를 하고자 했다지만 이 같은 결정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며 “이는 앞서 손정우가 음란물 유포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복역을 마쳐 석방됐고 여죄의 죗값 역시 미국보다 훨씬 가벼울 것이란 예상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사법부가 면죄부를 주고 관대한 처벌로 부적절한 선례를 남긴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들끓는 국민의 분노는 ‘사법부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비롯해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지난 판결들을 돌아보면 법 집행자의 감수성이 시대적 감수성과 괴리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사법부는 현 상황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가벼이 여겨선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신이 조롱까지"


미래통합당의 반응도 싸늘했다.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사법부 입장에서는 사법주권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겠으나 n번방 사건 등으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이 하루 사이에 20만 명을 넘어선 상황을 두고는 “국민들의 비판과 불신은 사법부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통합당 역시 손정우가 앞서 불과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대목에 주목했다. 황 부대변인은 “외신에서는 ‘한국에서는 배가 고파서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과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가 똑같이 18개월 형을 받았다’는 조롱 섞인 보도까지 있었다고 한다”며 “사법부는 시대적 요구와는 다른 경직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사법부의 판단을 믿을 수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죄를 지으면 그에 맞는 벌을 받는다는, 그리고 그 법이 우리국민을 지켜주고 있다는 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일 것”이라며 “사법부의 신뢰는 스스로 지키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손정우는 한국으로, 안희정은 정계로?


이번 판결과 성범죄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행렬이 줄을 이은 상황을 빗댄 논평도 나왔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이번 판결과 (안 전 지사 모친상) 빈소에 걸린 여권의 조화를 본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며 ‘손정우는 한국으로, 안희정은 정계의 품으로’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호가 “성폭력 범죄를 마주한 한국의 현실을 짚어준 셈”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법원과 정치권을 향해 “공직과 당직에 부끄럽지 않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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