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마을버스 모두 필요하듯 지역만의 미디어도 필요해" "지역방송, 지역사회 문제 조명하는 해결사 역할해야" 향후 5년 간 1900억원 지역 콘텐츠에 투자 지역성 강화
올해 3월에 LG헬로비전 인수가 마무리되자 LG헬로비전은 제2의 개국을 선언했다. 지역 밀착형 뉴스시사 프로그램을 새롭게 론칭하고, 지역 내 숨은 가치를 발굴하는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을 편성해 지역 미디어로서 거듭나겠다고 했다. 방송 시장이 모바일 동영상 중심으로 재편되는 환경 속에서 케이블TV만의 차별화를 부각시키려면 결국 '지역성'을 중점으로 해야한다는 판단에서다.
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헬로비전 본사에서 박은정 LG헬로비전 미디어사업담당을 만나 제2의 개국을 준비하고 있는 LG헬로비전의 미디어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LG헬로비전이 LG유플러스에 인수된 직후부터 미디어사업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았다. 미디어사업부는 광고매체 사업을 포함해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 지역프로그램 편성 등을 맡은 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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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때 빛 발한 지역성..."지역소식 전했더니 통했다"
케이블TV가 다른 방송 사업자에 비해 지역 미디어로서 갖는 장점이 있을까. 박 담당은 "서울이 중심인 방송사에 비해, 지역만을 위해 제공하는 프로그램 편성 시간이 많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은 전국 시청자 대상 프로그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만큼 지역 프로그램 방송 시간 비중이 적고, 코로나19 사태 때도 질병관리본부에서 브리핑하는 영상만 방송하고 끝내기 일쑤였다. 지역 거주자들은 지상파 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을 통해서는 우리 동네 어디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는지,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한 우리 지자체만의 정책 방향은 자세히 듣기 힘들었다.
LG헬로비전은 코로나19 사태 때 대구·경북 지역에서 24시간 동안 특집 편성 체제로 돌입했다. 덕분에 지자체장이 동네주민에게 지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당부하는 내용과 기자 질의응답이 담긴 브리핑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던 유일한 TV 채널이 됐다. 지역 확진자 현황과 선별진료소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수시로 편성하는 등 지역특화 방송을 제공했다.
당시 대구지역 최고 시청률은 2.275%에 달할 만큼 지역 내 반응은 뜨거웠다. 전국 권역 대상 보도전문채널의 하루 평균 시청률이 1~2%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뉴스채널로서는 소위 '대박'을 친 셈이다.
박 담당은 "동네 골목까지 주민의 발이 돼주는 마을버스처럼, 지역 내에선 방송사가 지역과 더 가까운 이야기를 담아주길 바라는 수요가 항상 있었다"며 "이 부분이 케이블TV로서 LG헬로비전이 갖는 장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G헬로비전이 코로나19 사태 때 발빠른 대응이 가능했던 비결은 종합재난대응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원도 고성 화재 당시에는 52시간에 걸쳐 생방송 뉴스 특보를 진행했다. 당시 최고 시청률은 2.483%로, 전국 평균 0.734%보다 높았다. 2017년 강원도 강릉·삼척 산불 때는 96시간 동안, 5일 연속으로 생방송 뉴스특보를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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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전문성과 지역성 '두 마리 토끼' 잡겠다"
박 담당은 LG헬로비전이 제2의 개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도와 예능 등 방송 전반에 지역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솔루션 저널리즘'을 꺼냈디. 솔루션 저널리즘은 단순 이슈보도에 그치지 않고,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언론사가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며 해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앞서 LG헬로비전이 지역 해결사로 역할했던 사례도 소개했다. 2018년 경기도 양주에서 발생했던 LPG 폭발 사고가 대표적이다. 사건사고 현장 보도만 하고 떠난 다른 언론과 달리, LG헬로비전은 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집이 무너져 생계가 막막해진 현장에 함께 남았다. 1년 넘게 주민들에게 보상대책이 필요하다는 보도를 이어갔다. 지자체도 처음에는 단순 사고라 피해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사회적 재난피해에 대한 경기도 조례안'을 근거로 피해주민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
지역과 더욱 맞닿은 LG헬로비전은 현재 전국 250명에 달하는 시민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기자들은 평상시엔 지역 소식을 전달하는 통신원 역할을 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 특파원으로 변신해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리포팅을 한다.
최근 LG헬로비전은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에서도 지역성을 살리고 있다. 지역 명소와 특산물, 지역민의 삶과 같은 지역의 모든 것을 소재로, '셰프의 팔도밥상', '낭만읍 고향리', '지금은 로컬시대' 등의 프로그램을 신규 편성했다. LG헬로비전은 지역 콘텐츠에 향후 5년간 19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지역 콘텐츠에 집중하다보면 젊은 감각이 부족해질 수 있어서다. 박 담당은 "현재 시청자의 일상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하는 '이웃집 크리에이터'라는 프로그램을 방송 중"이라며 "지역 내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젊은 시청자들이 감각적인 영상들을 많이 보내주고 있는데, 앞으로도 우리 채널에서 더 많은 젊은 시청자들이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외에 보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빅데이터 활용도 늘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는 LG헬로비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팀과 협력해 각 선거구 별로 '빅데이터로 보는 지역이슈' 코너를 진행했다. 방송권역에 해당하는 74개 선거구 핵심이슈를 분석하고, 최근 2년간 주요 포털에 게재된 지역 관련 기사 약 28만건에 언급된 키워드를 뽑고, 지역 별로 20여개 이슈로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LG헬로비전은 빅데이터 분석뉴스를 정규 보도 프로그램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박 담당은 LG유플러스의 인수가 LG헬로비전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의 IPTV(인터넷TV)와 케이블TV인 LG헬로비전 간 각자의 장점을 살리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함께 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이다.
박 담당은 "이전까지는 케이블TV 가입자만 케이블TV를 볼 수 있었다면, LG유플러스 인수 후엔 LG유플러스 가입자도 VOD(주문형비디오)로 우리 지역채널을 볼 수 있게 됐다"며 "LG유플러스 인수는 지역 콘텐츠를 더욱 많은 이들이 볼 수 있게 된 기반이자 케이블TV로서 지역 콘텐츠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에 LG헬로비전에서 미디어사업을 총괄하는 동안 듣고 싶은 평가가 무엇인지도 물었다. 박 담당은 "지역성을 강화했더니 케이블TV가 살아났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다"고 말했다.
차현아 기자 chacha@ajunews.com
차현아 chacha@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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