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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정신건강’ 문제 다룬 표지? 보그 포르투갈판은 왜 문제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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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보그 포르투갈 7월 표지 |SNS 캡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고 싶다는 보그 포르투갈판의 7월호 표지가 비판에 휩싸였다.

5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보그 포르투갈은 7월호 표지로 ‘정신이상 주제’를 다룬다면서 욕조에 쪼그리고 앉은 나체 여성과 그 위로 물을 뿌리는 간호사 모습을 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정신건강 문제를 바라보겠다는 의도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표지가 시대착오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임상심리 전문가 카트리나 알렉산드라키는 “표지 표현방식이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을 신체적·정신적으로 연약하고 무력하게 표현한 데다 정신질환으로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에게 힘든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라고 BBC에 설명했다.

포르투갈에서 모델로 활동하는 사라 삼파이오는 보그 표지가 “악취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 또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은 적이 있다면서 “이런 표지가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신질환을 앓던 환자에게 고문에 가까운 실험을 하던 과거 정신병원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인식 확산을 위해 활동해온 저술가 푸르나 벨은 “본인이나 가족이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다면 이 표지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잡지가 발행되기 전에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의 남편은 헤로인 중독으로 사망했고, 벨은 2017년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책으로 써내기도 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심리상담사로 활동하는 실비아 밥티스타는 “환자와 간호사 묘사 자체가 정신건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다 환자들에게 매우 무례한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잡지가 그저 정신질환을 ‘미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보그 포르투갈은 지난 4일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토론을 시작하자는 의도였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또 “7월호에는 정신의학 전문의, 사회학자, 심리상담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인터뷰가 실렸다”고 해명했다. 7월호 보그 포르투갈은 오는 10일부터 신문잡지 가판대에서 판매된다.

표지 주인공인 슬로바키아 모델 시모나 킬치리노바 또한 이 사진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간호사복을 입은 두 사람은 엄마와 할머니”라면서 “가족이 옆에 서준 덕분에 커리어가 더 빛났다”고 인스타그램에 적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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