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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하마스, 3단계 휴전안 수정 ‘역제안’···철군·종전 시기가 최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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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서 한 주민이 8개월간 이어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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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지한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이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르며 8개월간 지속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보리의 휴전 촉구 결의에 ‘환영’ 입장을 밝혔던 하마스는 해당 휴전안에 대한 수정 내용을 담은 ‘역제안’을 했고, 미국 등 협상 중재국들은 이를 검토하는 한편 가자지구 전후 구상을 마련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중재국들이 한때 꺼져가던 휴전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은 상대방이 협상의 걸림돌이라며 시작부터 책임을 전가했다.

휴전안 관철을 위해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카타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앞으로 수 주 내로 가자지구 통치, 안보, 재건 등을 관리하는 구체적 방안을 포함해 전후 구상의 핵심 요소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전후 계획 등 전쟁의 출구 전략을 마련하라는 국내외 압박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먼저 치고 나간 것이다.

지난달 3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새로운 ‘3단계 휴전안’을 공개하는 등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과 비슷하다. 정작 이 휴전안을 ‘제안’했다는 이스라엘은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전날 휴전안에 대한 입장을 중재국들에 전달한 하마스는 큰 틀에서는 3단계 휴전안에 동의하고 있으나, 일부 세부 사항과 일정에 대해선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하마스가 제안한 수정안 중 많은 부분이 사소하고 예상했던 대로”라며 “다른 제안들은 안보리 결의에 서술된 내용과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도 하마스가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안에 상당한 수정을 요구했다면서 “일부는 검토할 수 있지만 일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간극이 메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하마스가 결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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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가자지구 중부에 위치한 알아크사 병원에서 이스라엘군의 인질 구출 작전으로 숨진 가족의 시신을 안고 울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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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관은 하마스의 수정 요구가 무엇인지 세부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하마스와 소통하는 복수의 아랍 소식통들은 휴전 첫 주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국경을 따라 이어지는 필라델피 회랑과 가자지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살라 알딘 도로 등에서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필라델피 회랑은 지난달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공격하며 점령한 가자지구·이집트 국경 완충지대로, 이집트 역시 이곳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3단계 휴전안은 1단계 철군 범위를 인구 밀집 지역으로 한정했고, 휴전 2단계로 전환돼야 가자지구 전역에서 철군한다. 하마스는 휴전 2단계 추가 인질 교환 이전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종전 선언을 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휴전안에서 제시한 일정보다 철군 및 종전 선언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휴전안은 ▲6주간의 휴전 및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인구 밀집 지역 철수, 민간인·부상자 인질 교환 ▲모든 생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 등 영구적 적대 행위 중단 ▲가자지구 재건 시작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 등 3단계로 구성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8일 이스라엘군이 자국 인질 4명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9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상자가 나온 뒤 하마스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졌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미국으로부터 종전을 할 것이란 서면 보증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이런 ‘역제안’을 두고 하마스가 휴전안을 “거부”했다며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하마스는 큰 틀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며, 이스라엘이야말로 휴전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하마스는 자신들은 휴전안에 충분히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종전을 수용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휴전 협상이 또다시 엎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양측 모두 상대방에게 미리 협상 불발의 책임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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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거리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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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에 대한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하다. 휴전안의 최대 쟁점이자 가장 간극이 큰 대목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군과 맞물린 종전 문제다. 그간 하마스는 휴전 협상이 종전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바이든 대통령이 발표한 3단계 휴전안에도 철군과 종전 일정 모두 포함돼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군사력과 통치 능력을 완전히 파괴하기 전에는 종전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질들을 전원 돌려받기 전 가자지구에서 철군하면 하마스가 군사력을 재정비하고, 지난해 10월7일과 같은 이스라엘 공격을 재차 단행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 8개월간 계속된 전쟁으로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위협이 될 만한 군사력을 거의 잃었고, ‘하마스 궤멸’이란 이스라엘의 목표는 휴전 협상과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는 휴전 기간 인질들이 1차 석방되면 이스라엘이 협상을 중단하고 전쟁을 재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서면 보증하는 방식으로라도 종전을 약속해야 한다고 하마스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다. AP통신은 “다섯 번의 전쟁을 치렀던 오랜 적들의 철저한 신뢰 부족이 협상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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