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법부 판단에 범죄 감소시키고자 하는 의지 있는지 의문”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가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뉴시스 |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가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됨에 따라 해외에서도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 등은 “손씨가 단지 1년 반 만에 풀려났다”,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과 똑같은 형량을 받았다” 등 부정적인 시각의 보도를 내보냈다. 국제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는 “손정우를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청원도 다수 올라왔다.
◆“손정우, 달걀 18개 훔친 남성과 같은 형량”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서울고법의 손씨 미국 송환 불허 결정에 대해 “손씨의 미국 인도가 성범죄 억제에 도움을 줄 거라고 기대했던 한국의 아동 포르노 반대 단체들에 커다란 실망감을 줬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국의 아동 성착취물 처벌 수위가 무척 낮다고 지적하며 W2V를 통해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은 일부 미국인들이 징역 5∼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반면 손씨는 단지 1년 반 만에 풀려났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 방송은 “한국의 활동가들은 손씨가 한국에서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인도할 것을 법원에 촉구해왔다”고 언급했다. 로라 비커 BBC 서울특파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에서 달걀 18개를 훔친 4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는 기사 링크를 첨부하고 “한국 검사들은 배가 고파서 달걀 18개를 훔친 남성에게 18개월 형을 요구한다. 이것은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똑같은 형량”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비커 특파원은 이어 “최소한 한 명의 피해자는 생후 6개월 아기였다. 한국은 아동 성 착취 사이트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구를 거절했다”고도 질타했다.
◆“한국에 화난다” 해외 누리꾼 비판 봇물
해외 누리꾼들도 손씨의 미국 송환 불발에 분노하고 있다. 해외 청원 사이트 ‘체인지'(change.org)’에는 7일 오전 11시 기준 손정우 미국 송환과 관련해 4개의 청원이 올라와 있으며 “세계 최대 아동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하라”는 제목의 청원은 동의 수 3만7000을 넘겼다.
청원인은 지난해 영국 매체 BBC가 보도한 기사 내용을 공유하며 “23세 손정우는 다크웹에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고 가상화폐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성착취물 영상 수백만개가 아동과 연관돼 있다”며 “미국에선 비슷한 사례의 범죄자들이 15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것과 달리 손정우는 한국에서 단지 1년6개월형을 살았다. 한국 사법부의 판단에 범죄를 감소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해당 청원에 동의한 외국 누리꾼들도 비판적인 댓글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아동 성착취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국에 화가 난다. 그는 제대로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적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6개월 아기가 피해자라니 구역질 난다. 미국으로 보내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3만7000명 이상이 동의한 ‘손정우 미국 송환’ 해외 청원. 해외 청원 사이트 ‘체인지’ 캡처 |
◆손정우, 미국 인도 불허 결정에 ‘즉시 석방’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지난 6일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 심사 3차 심문기일을 열고 손정우에 대한 송환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범죄인의 국적을 가진 한국 또한 주도적인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세계적 규모의 아동 이용 음란물 다크웹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회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운영자를 신병확보 해야 하는 점, 범죄 수사를 국내서 엄중히 해 아동 성착취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재발 방지를 기해야 하는 점에서 미국 송환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하지 않는 게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성범죄 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손씨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즉시 석방됐다.
손씨는 2015년 6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다크웹(dark web·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에서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며 전세계 4000여명에게 아동 음란물을 공유하고,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손정우가 붙잡힐 당시 8테라바이트(TB) 분량의 영상 2만개가 서버에 저장돼 있었고, 생후 6개월 영아가 나오는 영상도 있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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