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침묵 깨고 코로나 이후 첫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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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미국 항공주와 금융주를 대거 매도했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0)이 중견 에너지업체 도미니언에너지에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베팅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올해 1분기(1∼3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버핏 회장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에너지 기업을 사들여 주목받고 있다.
미 CNBC 등은 버크셔해서웨이가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운송 및 저장 사업을 40억 달러(약 4조80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부채 57억 달러까지 합치면 인수 비용은 총 100억 달러에 가깝다. 도미니언에너지는 천연가스와 전력을 생산해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유타주 등에 공급한다. 종업원은 약 2만 명이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수송관 및 파이프라인 전부, 이로쿼이 가스 트랜스미션 시스템의 지분 절반, 액화천연가스(LNG) 지분 25% 등을 인수한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투자는 버핏 회장이 2016년 미 항공기 부품업체 ‘프리시전캐스트파츠’를 약 37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그는 성명에서 “우리의 튼튼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에 천연가스 자산을 추가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인수는 미 규제 당국의 심사를 거쳐 올 하반기(7∼12월)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핏 회장은 오래전부터 에너지 사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왔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999년 미드아메리칸에너지, 2005년 퍼시픽코프 등을 차례로 인수했고 이를 토대로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벌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저유가와 이동 수요 감소로 최근 미 셰일기업 체서피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일시적으로 에너지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마당에 나온 결정이라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무너지지 않는 한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버핏 회장의 지론이 이번 투자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중 무역협상의 결과에 따라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이 미국산 천연가스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이번 투자의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은 올해 1월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하면서 미 농산물과 에너지 등을 구매하기로 했다. 세계 천연가스 가격이 저점을 맴돌고 있다는 점도 버핏 회장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2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버핏 회장은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이를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해 큰 화제를 모았다. 남들이 공포에 질릴 때 싸게 사서 향후 경제가 회복되면 큰 이익을 본다는 전략이었다.
이에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그의 첫 투자 대상이 어디가 될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그는 한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항공주와 금융주를 매도했다. 이로 인해 버크셔해서웨이가 사상 최대인 137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했지만 그는 “투자할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관망세를 유지했다. 일각에서 ‘투자의 귀재가 투자하는 법을 잊었다’ ‘그가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 너무 늙고 지친 것이 아니냐’고 해도 개의치 않았다. 이랬던 그가 오랜 침묵에서 깨어난 만큼 향후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제기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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