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길 NH증권 연구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출렁이던 세계 주식시장이 최근 가파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주식시장 상승세를 이끄는 건 단연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기술주다. 지난 한 달 동안 세계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시장은 중국 선전 거래소와 미국 나스닥이었는데, 둘 다 기술주 중심 시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 주식시장이 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에도 회복세를 이어가는 것은 최근 경기가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던 미국의 5월 소매판매가 깜짝 호조를 보였고, 다른 소비심리 지표들도 개선 중이다. 미국 6월 고용 지표도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특징적 부분은 미국 경기 회복세가 주별로 다르다는 점이다. 블룸버그가 미국 100대 도시 경제 회복세를 도식화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동부와 서부 등 경제 중심 지역을 중심으로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난다. 서부에서는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새너제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경제 개선이 빠르다. 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 지역도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는 지역 중 하나다. 동부에서는 보스턴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2차 확산이 진행 중인 애리조나, 플로리다, 텍사스의 경제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미국 경제 회복에서 이 같은 차이가 보이는 건 주별로 처한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실리콘밸리는 수월한 재택근무 환경 덕에 경제 활동을 빠르게 재개해 나가고 있다. IT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이들 지역의 경제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보스턴은 바이오 연구 시설과 세계적 규모의 헬스케어 산업을 갖춘 덕에 헬스케어 수요 확대에 따른 수혜를 보고 있다. 반대로 제조업이 발달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경제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카지노 산업 중심인 라스베이거스나 해변으로 유명한 플로리다 등 관광 지역도 부진하다. 미국 주별 경제 회복 격차가 주식시장에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관광, 카지노와 같은 경험적 소비보다 IT 서비스, IT 제품, 헬스케어와 같은 미뤘던 소비(이연 소비), 신(新)산업 수요 회복이 먼저라는 점이다. 경험적 소비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돼야 개선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일부 주를 중심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는 점은 국내 주식시장에 우호적 재료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은 IT 비중이 높은 만큼 미국발 이연 소비에 따른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대형주들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감에 따라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의 수익률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다만 하반기 IT 수요 개선을 고려하면 펀더멘털 환경은 우호적이다. IT 외에 헬스케어도 유망한 투자 대안이다.
노동길 NH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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