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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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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무더위에 잃은 7월의 입맛, 가지·삼계탕·수박이 되찾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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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실의 작심3주

중앙일보

한영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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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비도 가끔 있고 더위도 극심하다. 수풀이 무성하니 파리·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 고이니 개굴개굴 소리 난다.’

조선 후기 문인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에서 읊은 7월 풍경이다. 7일은 소서,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절기다. 우리 몸은 기온이 높아지면 열을 낮추기 위해 땀을 흘린다. 땀이 나려면 피부의 혈관이 확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피부에 더 많은 피가 몰려가게 된다. 이 때문에 뇌로 공급되는 피의 양이 줄어 인지 기능과 정신 활동 능력이 떨어지고 피로해지기 쉽다. 흔히 더위를 먹는 현상이 일어난다. 더위도 일종의 스트레스다. 더위라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안의 단백질과 비타민C가 많이 소모된다. 따라서 여름 식단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C, 그리고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줘야 한다.



첫째 주, 혈관 깨끗이 청소해 주는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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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의 짙은 보라색에는 나수닌이라는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계 색소 성분이 들어 있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지방질을 잘 흡수하고 혈관 내의 노폐물을 녹여 배설시키기 때문에 동맥에 침전물이 생기는 것을 막아 심장병과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혈액 중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액의 점도가 커져서 혈류는 느려지고 혈관 벽에 이들 물질이 축적된다. 특히 동맥벽에 이러한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동맥 내벽에 지방질 퇴적물인 플라크가 쌓이면 동맥벽이 두꺼워지고 단단해져서 탄력성을 잃게 되는 동맥경화가 발생한다. 혈압이 상승해 고혈압도 일으킨다.

동맥경화가 심해지면 혈전이 생성돼 피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하고 플라크의 축적이 심화한다. 이러한 현상이 관상동맥에 일어나면 관상동맥경화증, 뇌혈관에 일어나면 뇌졸중(중풍)이다. 가지에 들어 있는 스코폴레틴과 스코파론은 경련을 억제하고 신경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지를 신경통에 효험이 있는 식품으로 아주 귀하게 여기고 있다. 가지는 밥 지을 때 위에 얹어서 쪄낸 뒤 쭉쭉 찢어 양념해 무치거나 볶아 먹는 외에도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오이소박이처럼 소를 넣어 담그는 가지김치도 별미다. 가지에 십자로 칼집을 내어 그 속에 양념한 소고기를 넣고 쪄낸 가지찜은 노인과 어린이 영양식으로 좋다.



둘째 주, 단백질·비타민 채워주는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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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은 초복이다. 음력 6월부터 7월에 찾아오는 세 번의 큰 더위의 시작이다. 삼복 기간은 더위의 극치를 이루는 때다. 삼계탕은 더위에 기를 돋우고 몸을 보하기 위한 대표적인 복날 음식이다. 닭고기는 질이 좋은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다. 단백질은 근육과 세포막의 구성 성분이며 뼈·피부·결체 조직 등을 형성하므로 신체 조직의 성장과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틀면 실내외 온도 차가 커 여름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감기는 춥다고 걸리는 게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걸리기 쉽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생체의 방어 작용을 면역이라고 한다.

단백질은 각종 독성 물질이나 세균 등 여러 항원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면역 항체를 합성한다. 따라서 단백질 섭취량이 부족하면 체내에서 항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감기뿐 아니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지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대사가 이뤄지려면 비타민B6가 보조 효소로 작용해야 한다. 닭고기에는 비타민B6가 풍부하다. 비타민B6는 세로토닌·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합성 과정에도 필요하다. 또한 적혈구의 형성을 도우며 백혈구 등 면역 세포의 형성에도 관여한다. 궁중에서는 닭을 삶은 물에 깨를 갈아 넣어 식힌 뒤 닭살을 찢어 넣어 만든 임자수탕을 먹기도 했다.



셋째 주, 갈증·노폐물 씻어주는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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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박이 흔한 과일이지만 조선 초만 해도 궁중의 음식을 만드는 수라간에서 내시가 수박을 훔쳐 먹다 곤장을 맞고 귀양을 갔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왕조실록』(1441)에는 수박 한 통 값이 쌀 다섯 말(약 40㎏)과 같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귀한 과일이었다. 수박은 ‘박 속에 담긴 물’이라는 이름처럼 수분 함량이 92% 이상이다. 수박에 들어 있는 시트룰린 성분은 단백질 분해를 도와주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몸이 붓고 쉽게 피로해진다. 소변을 통해 노폐물을 제거해 주지 않으면 세포와 세포 사이에 필요 없는 조직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트룰린 성분은 껍질 안쪽의 흰 부분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얇게 썰어 생채로 무쳐 먹으면 좋다. 수박 속껍질을 가늘게 채 썰어 삶은 국수와 섞어 육수를 부어 먹는 수박 국수는 열량 낮은 건강식이다.

수박에는 신장병·고혈압·부종의 잠재적 원인이 되는 나트륨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칼륨도 풍부하다. 맛이 달아 열량이 높을 거라는 오해를 받지만 100g당 30㎉ 정도로 미국에서는 네거티브 칼로리 식품으로 꼽힌다. 네거티브 칼로리 식품이란 먹어서 흡수되는 열량보다 소화되면서 소비되는 열량이 높은 음식을 말한다. 수박의 붉은색은 항산화 물질인 리코펜으로, 강한 태양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콜라겐 생성을 도와 손상된 피부를 회복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중국에서는 수박씨를 볶아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계속되는 무더위로 식욕이 떨어지고 몸이 피곤해지기 쉬운 여름 삼계탕과 수박, 가지로 단백질과 수분 그리고 비타민과 무기질을 채워 건강한 여름을 나는 힘을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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