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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정상화 늦어지는 백십자사…경기도, 법인 설립허가 취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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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정 회계 운영비 반납 미이행' 사유

백십자사, 독립기념관장 경력 인사 새 대표이사 선출…대응 고심 중

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노컷뉴스

백십자사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모습 (사진 제공=인천평화복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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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부실 운영으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정상화 요구를 받았던 경기 부천 사회복지법인 백십자사에 대한 법인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달 21년간 법인을 이끌던 임성국 대표이사가 최근 사임하고 새 대표이사를 선출한 백십자사의 대응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 경기도, 백십자사에 사회복지법인 설립허가 취소 결정 통보

4일 경기도와 백십자사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말 백십자사에 대해 사회복지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백십자사에 통보했다.

사회복지법인 등 비영리법인에 대해 설립허가 취소가 결정되면 해당 법인은 지정기부금 모집 단체에서 해제되고 세제 혜택 등도 제외돼 기부금 모금 활동에 타격을 받는다. 사실상 자금줄을 끊은 것이다.

백십자사가 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건 경기도가 2017년 법인에 대한 감사를 벌여 부정 회계 비용 등을 적발해 이를 반납하라고 처분했지만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도는 백십자사에 대해 △후원금 사용 부적정 △법인 회계 운영 부적정 △법인 기본재산 무허가 임대 △재산취득 미보고 △외부 추천이사 미선임 및 이사회 운영 부적정 △목적사업 외 사업 시행 △외부추천 감사의 직무집행 거부 △자산취득 물품 관리 부적정 등을 적발했다.

백십자사는 적발된 사항 가운데 대부분을 개선했지만 부적정하게 사용한 법인 회계 운영비 1억5600여만원을 반납하라는 명령은 이행하지 못했다.

백십자사 측은 자체 수익사업이 어려운 사회복지법인 여건상 자산인 오피스텔 상가 등을 매각해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금을 부적정하게 사용한 것을 원상복구하기 위해 법인 자산을 매각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 백십자사, 독립기념관장 경력 인사 대표이사로 선출…대책 고심 중

백십자사는 1957년 설립된 이래 6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건 아니다.

현행법상 설립허가가 취소됐다고 하더라도 법인 스스로 해산등기를 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은 주무관청인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복지법인의 자금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지만 법인 자체 해산은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앞서 백십자사는 지난달 4일 이사회를 열어 설립자의 장남인 임성국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김능진(70) 전 충남대 교수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김 신임 대표이사는 1919년 3·1운동 당시 경북 안동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하다 2년간 옥고를 치르고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 김병우 선생의 후손으로 2011∼2014년 독립기념관장을 지냈다.

김 신임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 백십자사가 경기도의 법인 설립허가 취소 처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취소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심판과 취소 처분 무효화하는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뿐이다.

이에 따라 백십자사는 도의 행정 처분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백십자사 관계자는 "최근 법인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건강한 법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63년 역사의 지역 대표 사회복지법인…설립자 사후 형제 간 내홍

백십자사는 6·25전쟁 직후인 1957년 고(故) 임병덕 목사가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시설을 만들며 설립된 비영리 사회복지법인이다.

경기 부천시와 인천 옹진군 등에 부천혜림원, 혜림요양원, 장봉혜림원, 장봉혜림요양원 등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4곳을 비롯해 직업재활시설 2곳, 특수학교 1곳, 어린이집 1곳, 공동생활가정 11곳 등 모두 19곳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400여명의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이 법인의 시설을 이용하고 있으며 직원 수도 200명을 넘는다. 최근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간 13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등 대형 사회복지법인으로 성장하면서 지역사회의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설립자인 임 목사가 세상을 떠난 1999년 이후 2세들이 법인을 운영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특히 2013년 이후부터는 설립자의 장남인 법인 대표이사와 둘째 아들인 산하 시설 원장 사이에서 횡령, 부당인사 등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급기야 형제간 고소·고발, 민사소송 등이 진행 중이다.

올해 초에는 인천과 경기 지역내 2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백십자사 정상화 촉구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해 활동하는 등 정상화 요구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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