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슈 로봇이 온다

[불황 이기는 비결-유형 4] 스피드 경영-위즈에어(헝가리 저가항공)·스타십테크(영국 배달 로봇 기업)…코로나를 기회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세기 세계 필름 카메라 1위 기업이었던 ‘코닥(Kodak)’은 디지털 카메라로의 수요 전환을 알면서도 자기잠식을 우려, 이를 무시했다. 반면 2위였던 후지필름은 과감한 구조조정과 신사업 진출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코닥은 망하고 후지필름은 살아남았다. 이후 경영학계에서는 선제적 대응 여부로 기업의 운명이 갈리는 변화의 순간을 ‘코닥 모멘트(Kodak moment)’라고 부른다. 최근 코로나19라는 코닥 모멘트를 맞은 기업 중에도 발 빠른 대처와 선제적 대응으로 위기 극복에 성공한 기업이 적잖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쿠캣, 月 신제품 5~10개 출시

헝가리 저가항공사 ‘위즈에어(Wizz Air)’는 롯데그룹이 최근 발간한 경영지침서 ‘코로나19 전과 후’에서 코로나19 대응 모범 사례로 꼽은 기업이다.

위즈에어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사내에 두 개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한 팀은 자산 매각, 구조조정을 통해 40개월 동안 매출이 없어도 회사가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다른 한 팀은 신사업을 발굴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 결과 위즈에어는 고립된 자국민을 국내로 데려오려는 세계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영업을 해서 귀국용 전세기 수요는 물론, 마스크 등 의료물품을 운송하는 화물 수송 수요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유럽 배달앱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에 인수된 ‘그럽허브(Grubhub)’는 빠른 매각 결정으로 회사 몸값을 크게 높인 사례다.

2004년 시카고에서 창립해 ‘미국판 배달의민족’으로 불리는 그럽허브는 후발주자인 ‘도어대시(DoorDash)’가 월 구독 서비스 등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며 2위로 밀려났다. 그럽허브는 정책 변화만으로 판을 뒤집기는 어렵다고 판단, 다른 배달앱 업체에 회사를 매각해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매각을 결정한 지 6개월도 안 돼 M&A를 끝마쳤다. 전광석화 같은 M&A에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1달러까지 떨어졌던 회사 주가는 6월 24일 기준 70달러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미국주식 스몰캡 인사이드’의 저자인 안석훈 이베스트투자증권 해외주식팀장은 “국내에서는 회사가 매각되면 망해서라고 생각하지만, 해외에서는 내부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을 때 더 잘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매각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럽허브는 ‘빠른 포기’와 매각을 통해 새로운 경쟁을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배달 로봇 전문기업 ‘스타십테크놀로지스’도 코로나19 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 회사는 올 초 코로나19 사태로 무인 배달 수요가 급증하자 로봇들이 운행할 수 있는 주택 수를 두 배로 늘렸고, 로봇은 100대 이상으로 확대했다.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해 지난 3월 말부터는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밀크티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스타십테크놀로지스 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주 만에 비대면 배달 서비스 이용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푸드컴퍼니 ‘쿠캣’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올 1분기에 매출 98억3800만원을 기록,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쿠캣의 음식 동영상 ‘오늘 뭐 먹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지난해 5월 자체 브랜드(PB) 전문 푸드몰 ‘쿠캣마켓’을 오픈, 방송했던 메뉴 관련 식재료나 HMR을 직접 판매한 것이 주효했다. 쿠캣 관계자는 “전 세계 쿠캣 채널 구독자 320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매월 신제품을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까지 빠르게 선보인다. 겨울에 방어회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고 조회 수가 잘 나오면 이어 대방어장 신제품을 내놓는 식이다. 콘텐츠를 보고 신제품을 사서 만족하면 다시 다른 콘텐츠를 보는 등 구독자 겸 소비자로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5호 (2020.07.01~07.0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