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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文 대통령 “철인3종 최숙현 선수 사건 재발 방지책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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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에 스포츠 인권 강화 지시 / “지난 4월 가혹행위 신고했는데 / 제대로 조치 안된 것은 문제” 지적 / 문체부, 특별조사단 조속히 구성 / 문제 있는 관련자 엄중 문책 예정 / 경주체육회, 폭행 감독 직무 정지 / 검찰 본격 수사… 대구지검 배당

세계일보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숨진 최숙현 선수의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감독인 A씨(왼쪽)가 2일 경북 경주시 체육회 사무실에서 열린 인사위원회에 출석중 기자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A씨는 최 선수 폭행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주=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일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선수 출신인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나서서 전반적인 스포츠 인권 문제를 챙기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을 신고한 날이 4월8일이었는데도 제대로 조치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정말 문제”라며 “향후 스포츠 인권과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철저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선수는 지난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 등을 고소했고 4월에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폭력 행위를 알렸으나 별도의 조치가 없자 지난달 26일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의 지인들은 가해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최 선수 가족도 최 선수의 사망 하루 전날까지 국가인권위원회에 사건을 진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최 선수 관련 진정을 받고 현재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 선수 가족은 지난 2월에도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지만 이후 형사고발 등을 이유로 진정을 취하했다. 인권위법에는 접수한 진정이 수사 등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 진정을 각하하게 돼 있다.




문체부는 사건과 관련하여 애도의 뜻을 표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체육계 미투 사건 등을 계기로 스포츠혁신위원회 혁신권고 이행 등 혁신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더욱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은 물론 향후에도 이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대한체육회 자체 조사와는 별도로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이번 사안에 대한 철저한 경위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문제가 드러난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 문책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4월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신고가 접수되었음에도 신속한 조사나 선수 보호조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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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를 찾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기대주로 가혹 행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최숙현 선수의 사망 사건에 관한 경위보고를 받기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차관은 “선수 출신으로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누구보다 분노한다”며 “인권이 보장되는 환경 속에서 후배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주시체육회는 이날 진상조사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A감독에 대해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 체육회는 최 선수가 팀 활동하던 과정에서 감독과 선수들로부터 어떤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감독과 선수 등 3명을 불러 자세한 경위를 파악했다. 최 선수 사건에 대해 검찰도 본격 수사에 나섰다. 대구지검은 경주경찰서가 조사해 넘긴 사건을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양선순)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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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의 관련자들 엄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최 선수의 지인도 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앞서 최 선수는 경주시청 소속 시절 감독뿐 아니라 팀닥터와 선배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경주시청이 임시 고용한 물리치료사로, 군인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팀의 팀닥터를 맡는 등 경상도 일대에 영향력이 큰 인사로 알려졌다. 녹취록과 징계신청서 등에 따르면 팀닥터는 감독과 함께 식사 자리에서 (최 선수가)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먹게 한 행위, 복숭아 1개를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한 사례,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한 행동, 슬리퍼로 뺨을 때리는 등의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특히 팀닥터는 최 선수에게 금전 요구도 했다. 2019년 해외전지훈련 때는 심리치료비 등 명목으로 130만원을 받았다. 최 선수와 최 선수 가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총 1500여만원이 이체됐다.

한국 트라이애슬론 간판급 선수인 모 선배도 최 선수에게는 두려운 존재였다. 감독은 고인에게 “살고 싶으면 선배에게 가서 빌어라”라고 지시한 바 있다.

박현준·송용준·서필웅·유지혜, 경주=이영균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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