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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故최숙현, 얼마나 억울한 학대 당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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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20만원어치 죽을때까지 먹어라" 학대

"그 사람들 죄 밝혀 달라"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여자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일 잇따라 올라왔다. 최 선수는 전(前) 소속팀 지도자와 선배로부터 폭행·폭언 등을 당했다고 호소하다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조선일보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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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숙현 억울함 풀어달라…靑 국민청원 잇따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폭압에 죽어간 '故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해결해주십시오’ 등 최 선수 관련 청원 5개가 잇따라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지난달 26일 스물 세살의 어린 선수가 그 꿈을 펼쳐보기 전에 하늘에 별이 되어 떠났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에 나온 ‘그 사람들’의 죄를 물어야 한다”고 썼다.

청원인은 “최 선수는 운동을 좋아했다. 피와 땀,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정신을 동경했다. 그러나 참되고 바르게 지도해야할 감독과 함께 성장하고 이끌어 주어야할 선배,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팀닥터는 그렇지 못했다”며 “슬리퍼로 얼굴을 치고 갈비뼈에 실금이 갈 정도로 구타하였고 식고문까지 자행했다”고 썼다.

이어 “최 선수는 이런 고통과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관계자들을 일벌백계 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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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 여자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가 사망 전 어머니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장면.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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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폭언·협박·성희롱…감독·팀닥터 등 고소했지만 외면당해”

또 다른 청원인은 최 선수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당한 것으로 보이는 폭행 내용과 경과 등을 상세하게 적었다. 청원인은 "최숙현 선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로서, 경주시청에 속해 있었던 기간 동안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만 했다"며 "해당 폭력들은 비단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에 최숙현 선수는 심각한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고 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최 선수는 지난 2월, 심적, 육체적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지인들의 권유로 경주시청의 감독, 팀 닥터, 일부 선수들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또한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경주시청, 경주경찰서에 신고와 진정서를 제출했다.

청원인은 "그러나 법적 절차 개시 이후, 최 선수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도 비참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모든 공공 기관과 책임있는 부서들은 그녀를 외면했고, 사건의 해결보다는 그것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선수는 ‘힘 있는 분들과 국가조차 나의 권리를 지켜줄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폭력을 당하던 당시보다 더 큰 절망 가운데 생을 감내해야만 했다"고 했다.

청원인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된 가해자들과의 오래된 질서와, 팀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폭언을 밖으로 새어나가게 하면 따돌림을 당하는 분위기의 조성으로 인해 그간 최 선수는 물론, 팀에 있었던 다른 선수들도 쉽게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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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23)씨가 지난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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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20만원어치 사주며 죽을 때까지 먹어라” “복숭아 1개 먹었다고 20여차례 뺨 맞아”

청원인은 그러면서 최선수가 감독과 팀닥터, 일부 선수들에게 당했던 폭력 내용을 소개했다.

청원인은 "그들은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콜라를 시켰다는 이유로 최 선수의 체중을 측정했고, 몇 백g이 불었으니 ‘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빵? 그럼 죽을 때까지 먹게 해줄게’라며 빵 20만원어치를 사와서는 ‘다 먹을 때까지 잠 못 잔다’고 협박하며 새벽이 지나도록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게 했다"고 했다.

또한 "아침에 복숭아 1개를 먹은 것을 감독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체중이 줄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찼으며,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하고 밀치는 등의 일련의 폭행을 20분 넘게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최 선수가 살을 못 뺄 때마다 3일씩 굶기는 가혹행위를 일삼았고, 슬리퍼로 뺨을 때렸고, ‘내 손으로 때린게 아니니 때린 게 아니다’고 말했다"며 "이는 일부에 불과하며, 운동하면서 때리고 심한 욕설을 하는 것은 일상이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최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가족과 지인들에게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는 세상을 떠났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 그리고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최 선수의 사망 소식은 대한체육회를 통해 1일 뒤늦게 알려졌다. 최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올해 초 팀을 옮기고 폭행 사실을 경찰과 대한체육회에 신고했지만,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1일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최 선수는 목숨을 끊기 전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고 보냈다. 이 의원은 “최숙현 선수가 보낸 ‘그 사람들’이 지칭하는 이들은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수”라고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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