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강당에서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 개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사진제공=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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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에게 원금 100%를 물어주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를 수용할지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이다. 판매사들이 사기 판매에 동조했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상품 손실의 금전적 부담을 모두 판매사가 떠안는 것은 최악의 선례를 남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 분조위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해당 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지난달 30일 분조위를 열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하고 1일 이 사실을 공개했다. 투자계약을 맺은 시점에 이미 기존 투자원금의 최대 98% 손실이 났는데도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게 결정 배경이다. 판매사들이 물어줘야 할 돈은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투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 모두 1611억원에 이른다.
신한금투의 경우 라임과 사기 공모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일부 본부장이 구속 기소된 상태여서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금융권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금액이 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쏠린다.
두 은행은 지난해 말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원금의 최대 80%를 보상하라는 분조위 권고를 받아들였다. 우리은행의 경우 외환파생상품 키코 건에 대해서도 기업 2곳에 대해 42억원을 배상하라는 권고도 받아들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사기 피해자라는 입장은 유효하지만 피해자들의 사정과 브랜드 가치 훼손 같은 유무형 손실을 감안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경영진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만큼 라임과 신한금투 등을 상대로 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벌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라임과 신한금투 관련자들의 재판 결과를 두고 봐야 겠지만 판매사로서 사기에 연루된 사실이 없다고 밝혀지면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내에서는 상품 손실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판매사에 손실의 100%를 물어주라는 한 분조위 결정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들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일단 돈부터 주고 시시비비는 운용사, 판매사들이 알아서 따지라는 것”이라며 “과정이 어찌 됐든 투자 손실이 나면 무조건 물어내라는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수료 수익 올리자고 투자손실 책임을 떠안는 게 관행이 됐다”며 “은행을 통해 사모펀드를 파는 시대는 이제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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