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직 모르고 한 얘기… '총장이 말 안 듣는다'는 장관, 추 장관 취임 이후 처음 본다"
추 장관은 이날 "(예전엔) 대다수가 검찰 출신 장관이었고 대검은 선배 검사 (출신) 장관의 지휘를 당연히 받아들였다"며 "(그러나 법무부의) 문민화 이후 조직과 힘을 가진 검찰이 우위에 섰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냈던 한 인사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말 한마디도 절제할 수밖에 없는 관계"라며 "장관이 총장에게 전화해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했다. 다른 전직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에 대한 실상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며 "오히려 장관이 '총장이 말을 안 듣는다'며 부하처럼 부리는 모습은 추 장관 취임 이후 처음 본다"고 했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법무장관이 개별 사건을 보고받고 지휘하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는 말이냐"며 "추 장관 말은 검찰 독립성을 규정한 검찰청법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추 장관은 "(검찰에 대한) 내 지휘가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지난 3월 대구경찰청이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신청한 것이 대구지검에 기각당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런데 당시 추 장관은 신천지 압수수색을 공개적으로 지시했었다. 이를 두고 당시 "밀행성이 필수적인 압색을 공개 지시한 것은 신도들에게 '도망가라'고 발표하는 꼴"이란 비판을 받았다. 당시 중앙안전대책본부 등 방역 당국도 신천지 신도들이 일제히 숨어버리는 걸 우려해 강제 수사에 부정적이었다.
검찰 내부에선 "추 장관 지시가 늘 '위법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검찰 규정이나 제도 등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란 말이 나왔다. '한명숙 정치 자금 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위증 강요가 있었다는 진정 사건의 배당을 지시하면서 헌정 사상 두 번째가 되는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 발동'이라고 하거나, 이미 '검·언 유착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대상이 된 검사장에 대해 법무부 직접 감찰을 지시한 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추 장관 지시의 뒷수습을 하느라 법무부 검사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이 위법한 발언과 지시를 계속 내놓고 법무부는 이를 사후 수습하는 형국이지만 어떤 참모도 제동을 걸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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