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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이봉근 "26년 걸어온 국악길, '소리꾼' 연기 열정에 기름 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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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국악인 이봉근이 영화배우로 데뷔한 소감을 밝혔다.


이봉근은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소리꾼’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천민인 소리꾼들의 한과 해학의 정서를 조선팔도의 풍광명미와 민속악의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내는 음악영화다. 우리의 정통 소리를 재해석, 현대음악 시스템으로 새롭게 구성한다. '귀향'(2016)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의 신작이다. 정통 고법 이수자 조정래는 1998년 쓴 단편 시나리오를 '소리꾼'으로 완성했다.


이봉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음악을 전공했으며 국악계에서는 잔뼈 굵은 소리꾼이다.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2012년 KBS 국악대상 연주상 (앙상블 시나위) 등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재즈 밴드 적벽과 협업하는 등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을 넘나들고 있다.


남원에서 태어난 이봉근은 자연스럽게 판소리를 접했고, 중학교 때 소리를 시작했다. 이후 남원국악예고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국악인의 길을 걸었다. 이봉근은 “‘춘향가’와 ‘흥부가’의 발상지가 남원이다. 국립국악원 네 곳 중 한 곳이 남원에 있다. 자연스럽게 국악 공연을 접하게 됐다. 남원에 살면 소리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추임새는 할 줄 안다.(웃음) 중학교 2학년 때 판소리를 시작했는데 서예를 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서예 집안인데 나는 왼손잡이에다 악필이다. 아버지가 취미를 판소리로 하셨는데 글씨가 안 되니 판소리를 시켜보자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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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93) 이후 27년 만에 제작된 정통 판소리 뮤지컬 영화다. 이봉근은 "남원국악예고 재학 당시 ‘춘향전’ 팀이 촬영하러 남원에 왔더라. 거기에 우리가 투입됐다. 재밌었다"며 각별한 인연에 대해 전했다. 그러면서 "'소리꾼' 촬영 전에 판소리 한판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음악인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어 “‘서편제’는 정말 좋아하는 영화이기에 많이 봤다. 오정해 선생님도 은사님이다. 제게 무대에 관한 가르침과 조언을 해주셨다. 인품도 좋아서 존경한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조정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이봉근은 “감독님과 음악인으로서 의견 충돌도 많았다. 배우로서는 신인이지만 음악을 시작한 지 26년 정도 됐다. 의견을 절충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중요한 건 어떻게 관객을 설득할 소리를 낼 것인가. 현장에서도 준비를 많이 했고 준비 과정도 길었다”고 말했다.


이봉근은 '소리꾼'에서 주인공 학규 역을 맡아 아름다운 우리 가락을 전한다.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아 나선 일편단심 지고지순한 인물이자, 동시에 노래하는 예술가로 성장해 가는 소리꾼 학규의 캐릭터를 이봉근만의 색깔로 표현했다.


이유리와 부부 호흡을 맞춘 이봉근은 “친누나 같다”며 “사랑스럽다. 만약 결혼을 안 했다면 제가 매달렸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하루는 누나가 ‘진짜로 뱉은 대사에만 답을 하겠다’고 했다. 30번 대사를 했는데 답을 안 하더라. 거의 진이 빠져서 대사했더니 ‘그래’하며 받아줬다. 그 순간을 잘 기억하라고 조언해줬다. 그때 경험은 제게 중요한 신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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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근은 판소리 26년 차 배우지만 영화배우로 나서기는 처음. 그는 '소리꾼' 오디션 당시를 회상하며 멋쩍게 웃었다.


“합격자 발표를 들은 후 ‘아이고, 일 났구나’ 싶었다. 욕심을 부려 오디션을 봤는데 막상 합격하고 보니 ‘잘할 수 있을까?’ 후회도 밀려왔다. 그래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배우들끼리 모여서 리딩을 했는데, 하루는 김강현이 ‘왜 혼자서 잘하려고 해?’라고 묻더라. 내가 부담을 느끼는 걸 알고 해준 조언이었는데 그 말이 힘이 됐다. 이후에는 형들만 믿고 갔다. 어깨에 놓인 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형들에게 문자로 매일 ‘보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도 영화배우 이봉근을 만날 수 있을까. 그는 “연기 밑천이 제로인데 쌓기 위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비중이 크지 않은 단역부터 시작하고 싶다. 러브콜이 오면 어디든 달려가서 열심히 하고 싶다. 연극, 단편영화, 드라마 등 어떤 장르든 도전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소리꾼’이 활활 타는 불통에 기름을 끼얹은 느낌이랄까. 영화를 찍기 전과 후에 나는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성장 과정을 겪고 있다. 인생에 있어 가장 눈부신 시기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봉근은 음악이 자신의 뿌리이자 중심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평생 음악은 놓지 않았다. 음악은 제 근간이고, 뿌리다. 그걸 좋으면 제 모든 게 흔들리는 것이다”라며 “다재다능한 멀티테이너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소리꾼’은 오는 7월 1일 개봉.


사진=리틀빅픽처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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