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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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곧 폭락할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문 대통령이 말씀하셨대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부동산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며 쓴 글 한 대목이다.
조 교수는 ‘문 대통령, 부동산 인식 정확한지 점검 필요’라는 소제목의 글에서 “와,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 큰일나겠다 싶었다”며 “그 분(대통령 측근)이 제 얘기를 듣더니 (조 교수 저서) 『대통령의 협상』에 쓴 부동산 대책에 대한 부분을 따로 달라고 해 책이 나오기 전 대통령께 전달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걸 (문 대통령이)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딱 하나 분양가 상한제만 받아들이셨다고 한다. 모든 정책과 함께 가야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을 잡는 데 효력을 발휘하지 이것만 해서는 공급을 위축시켜 전세대란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일본 부동산 폭락 사례가 우리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일본처럼 우리도 곧 집값이 폭락한다던 진보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 뻥”이라며 “도쿄 신도시 건설로 일시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지만, 얼마 후 신도시는 공동화가 됐고 도쿄 집값은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신도시의 몰락을 수도권 집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은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조 교수는 또 “참여정부 고위공직자 중에는 다주택자가 많았던 기억이 없는데 이 정부에는 다주택자가 많아 충격을 받았다”며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집을)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놀랐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으니 운동권 세력도 과거 보수정당처럼 신이 내린 정당이 됐다고 생각하나 보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친노(친노무현) 성향 학자인 조 교수는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당시 취임사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본격적인 정치를 시작한 것은 2004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정당개혁단장으로 일하면서다. 이후 2005년 2월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에 발탁됐는데, 당시 여성 홍보수석은 김대중 정부 시절 공보수석을 지낸 박선숙 전 민생당 의원에 이어 두 번째였다. 2006년 2월 사퇴 후 1997년부터 일하던 이화여대로 돌아왔다. 이후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경험 등을 토대로 진보개혁 논객으로 활동하면서 『대통령의 협상』 등 여러 저서를 펴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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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지난 25일에도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결정권자들을 비판했다. 조 교수는 “부동산 대책이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스무번 넘게 나와도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대책이 잘못된 것 아닌가”라며 “왜 자신들의 대책이 잘못됐다는 반성은 없고, 국민들을 투기꾼 취급하며 ‘더 센 정책이 기다리고 있다’고 협박을 하느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12·16 대책과 최근 6·17 대책에 포함된 갭투자 방지책에 대해선 “전세 끼고 집을 사지 말라니, 당신들처럼 다주택자들 전세 끼지 않고 집 산 적 있느냐”며 “정책결정자들은 책상에 앉아있지 말고 부동산 중개사에 전화 한 통화라도 해보라”고 꼬집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을 놓고 최근 여권에서는 날 선 비판들이 분출하고 있다. 단기정책이 쏟아지며 오히려 중장기적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그 중 하나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투기를 잡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툭 튀어나온 거부터 잡는다’는 생각으로 규제지역을 여기저기 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당·정·청 회의를 해도 각 의원에게는 3분 동안 말 시키게 하고 들으려는 노력은 전혀 없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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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 입안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치인 출신인 김 장관을 두고는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점차 ‘관료화’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정책통 인사는 “6·17 대책만 해도 조정대상지역에 김포·파주를 빼서 난리통인데 정무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며 “합리성만 강조하는 공무원들의 말만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김 장관이 공무원에게 둘러싸이면서 공무원 조직에 ‘순치’(馴致·길들여짐)된 것 같다”고 했다.
4·15 총선 당시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가 약하고 부동산 이슈가 강한 강남·목동·분당 등지에 출마한 인사들인 ‘험지쓰’ 소속 후보자들은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을 김 실장과 김 장관에게 요구했지만 사실상 묵살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험지쓰’ 소속 한 인사는 “김 실장에게 요청했더니 현재 기조와 다르다면서 거절하더라. 씨알도 안 먹혔다”며 “생각이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다”고 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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