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근거로 경향 보도 맹비난 방송 후 채널 삭제당해
6월 24일 소녀상 옆에서 열린 우파단체 주최의 ‘윤미향 도둑X OUT’ 집회에 참여한 우파 유튜버 안정권씨가 무대에 서서 연설하고 있다./정용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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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 전날 밤부터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다음날 0시를 기점으로 서울 종로구 수송동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인근 자리의 집회 우선순위가 바뀌기 때문이다.
수요일 자정이 되기도 전에 방송차를 몰고 나타난 우파인사들은 마이크를 잡고 “동상 필요 없어, 파내가”라며 자리를 내놓을 것을 거칠게 요구했다. 이에 맞서 철야농성에 나선 대학생들은 밧줄과 흰 광목천으로 소녀상과 자신을 묶고 버텼다.
이십년 넘게 취재하면서 이른바 ‘우파·아스팔트’ 집회도 종종 취재했지만 이날 벌어진 신경전은 과거 양상과 상당히 달랐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보수우파·극우 인사 대부분은 유튜브 개인방송 채널을 갖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이날 집회현장을 실시간 중계하는 유튜브 채널들은 진보·보수 성향을 통틀어 15개 남짓.
이들 우파 유튜버들이 밤새도록 쏟아내는 조롱과 거친 막말·욕설은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2009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등이 얻어낸 야간집회시위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의 최대 수혜자는 적어도 이날엔 이들 우파 유튜버들이었다.
인근 주민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심야에 방송차에 설치된 고출력 스피커로 막말을 쏟아냈다.
한 극우 유튜버의 채널에 동시 접속해 실시간 중계를 보는 사람은 한때 2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다 저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일까.
■ ‘선 넘은 우파 유튜버’ 기사 후 갑론을박
기자는 지난주 ‘선 넘은 일부 우파 유튜버들’에 대한 기사를 썼다.
일요일 인터넷에 출고된 기사를 두고 각 유튜브 채널들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가로세로연구소는 기사를 제시하며 “문재인만 비판하면 ‘욕설과 협박, 폭행’이 용인되나”라며 “우파 전체를 욕보이는 유튜버는 누군가”라고 글을 썼다.
유튜버 안정권씨를 겨냥한 공격이다.
경향신문의 ‘선 넘은 우파 유튜버’ 기사를 두고 갑론을박 벌이고 있는 유튜브 채널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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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서 ‘선 넘은 사건’으로 인용한 대구 유튜버 폭행사건 사진에 등장하는 ‘이선생TV’ 운영자는 이날 방송에서 “기사에 대문짝만하게 자신의 사진을 인용하려면 GZSS 추종자라고만 하지 말고 내 채널명도 밝혀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미디어워치 카페에 기사를 링크하며 “MBC도 이런 식으로 다뤘어야 한다”고 코멘트를 남겼다.
이른바 ‘우파코인’ 수익뿐 아니라 협박·폭행 등 일부 극우 유튜버의 선 넘은 행태 비판에 초점을 맞췄어야 한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팩트체크 유튜버 헬마우스팀은 ‘허위정보·혐오 콘텐츠 방치 유튜브 책임은 없을까’ 기사를 링크하며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인 유튜브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사업 외적으로 시끄러워지는 것’”이라며 “신고가 쏟아지고,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고 정부기관에 질의를 넣기 시작하자 유튜브 측이 소극적이라도 하나씩 조치를 취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에서 인용한 ‘선 넘은 두 폭행·협박 사건’의 공통분모인 유튜버 안정권씨는 6월 21일 심야, 3시간 분량의 생방송 후반부에 기사를 거론하며, “그 기사는 가로세로연구소의 돈을 받고 쓴 기사”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가로세로연구소 멤버인 김용호씨의 후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두 허위사실이다. 안씨는 이날 방송에서 기자와 경향신문사를 고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6월 24일 종로구 수송동 소녀상 옆.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수 우파단체인 자유연대가 주최한 집회장 트럭엔 태극기와 자유연대 그리고 안정권씨의 회사 GZSS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들이 소녀상 인근 집회장소를 선점한 것도 좌파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 이상 위안부팔이 앵벌이로는 돈이 될 수 없고, 권력을 누리거나 선동해 써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들이) 집회신고에서 1순위를 차지하는 것을 수수방관했다”며 “지난 28년 동안 우려먹고 그냥 내주기는 아까우니까 어린애들을 앞세워 시체팔이·감성팔이·약자팔이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1445차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6월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관계자와 소속 학생들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단체들로부터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연좌시위를 하던 중 보수단체 회원이 학생들을 비난하고 있다./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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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시위 현장서 약자혐오 거친 발언 쏟아내
이날 행사 말미, 무대에 올라 연설한 안정권씨는 ‘뜯어놓고 보면 놀라운’ 주장들을 쏟아냈다.
다음은 이날 안씨가 주장한 내용의 일부다.
“(소녀상에 몸을 묶고 농성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여기서 제일 불쌍한 애들이다. 저들이 하는 건 허가받지 않은 불법집회다. 경찰이 강제해산 절차에 들어가서 체포되면 저 나이 어린 여학생들이 시퍼런 전과를 달게 된다. 시집갈 수 있겠는가. 못 간다.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 여기 보면 상태 좀 이상한 머슴애 ○○들이 있다. 그것들이 왜 따라다닐 것 같은가. 이념을 알 것 같나. 시집을 못가니 나이를 먹으면 여기서 굴러 ○먹던 저 이상한 병신○○들 같이 이상한 애들에게 시집가고 애를 낳아서 또 고기방패로 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빨갱이 대물림이다.”
실제 이날 소녀상과 함께하는 수요시위에는 장애인 청년도 동참하고 있었다.
노골적인 소수자 비하에 수십 년 전 군사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낡은 마타도어다.
그러나 이날 우파단체 집회 참석자 중 안씨의 발언을 비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날 우파단체의 윤미향 비판 집회의 사실상 주인공은 안씨였다.
집회가 끝난 후, 지난 총선에서 이른바 ‘세월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차명진 전 의원은 안씨와 함께 유튜브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안정권을 존경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현장에서 싸우다 보면 좌파 욕을 안 할 수 있는가. 이 투쟁은 우파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품격을 높이는, 행동하는 우파들의 싸움이다. 앞으로 안씨 같은 사람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
6월 24일 소녀상 옆에서 열린 우파단체 주최의 ‘윤미향 도둑X OUT’ 집회에 참여한 우파 유튜버 안정권씨와 차명진 전 의원이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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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튜브 측은 6월 25일 오후 안정권씨가 운영하던 GZSS TV와 GZSS 채널을 삭제했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이 운영하는 상진아재TV 채널도 이날 삭제됐다.
안씨는 커뮤니티에 올린 공지글에서 “예상됐던 상황이고 수순이며, 이후 채널 개설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이후 어떻게 할지는 이번 주 내내 고민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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