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심리가 여전히 기준선을 크게 밑돌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만은 다른 모든 소비심리와 다르게 급등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3000조원을 넘어서면서 투자나 소비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시장에 집중돼 '거품'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은행은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주택 가격 전망이 112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소비자동향조사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가격이 오르거나 호황으로, 낮으면 가격이 내리거나 불황으로 본다.
주택 가격 전망은 3월 112를 기록한 후 코로나19 영향으로 4월 96으로 하락해 5월까지 유지했다. 그러나 2개월 만에 다시 3월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상승 폭은 2018년 9월 19포인트 상승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컸다.
반면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 속도는 여전히 느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5월보다 4.2포인트 상승한 81.8에 그쳤다. 코로나19 영향이 없던 1월(104.2)이나 2월(96.9)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코로나19 국내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가격이 상승 반전한 것이 소비심리에서도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인색하면서도 유독 부동산 가격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 이유는 코로나19 진정세 확산, 불경기 극복을 위해 과도하게 풀린 시중 유동성과 저금리 그리고 결과적으로 실패를 이어온 정부의 부동산대책 탓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까지 두 차례에 걸쳐 크게 내렸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시장금리도 내려가 개인이나 부동산법인 투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더해 국내 확진자 수가 5월 이후 안정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시장 기대가 주택가격 전망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광의통화·M2)이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선 것도 돈을 구하기 쉽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6·17 대책 이후에도 집값 상승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소비자동향조사 기간은 6월 10~17일로 사실상 정부 6·17 대책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실물시장에서는 섣부른 정부 대책이 오히려 집값을 추가로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송민근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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