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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수사 중인 사건 감찰 ‘이례적’…추미애, 윤석열에 노골적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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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검·언 유착 의혹’ 한동훈 검사장 감찰

[경향신문]



경향신문

추미애 장관 ‘공수처 공청회 축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주최로 열린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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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의 자문단 회부를 ‘측근 감싸기’로 판단한 듯
추 “수사 왜곡 많이 목격”…한 “도저히 수긍 어려워”

추미애 법무부 장관(62)이 25일 ‘검·언 유착’ 의혹을 받는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를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라고 명령한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의 측근인 데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추 장관은 전날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고 한 데 이어 이틀째 윤 총장을 압박했다.

법무부는 26일부터 한 검사장의 비위 의혹을 직접 감찰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법무부는 훈령인 감찰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규정을 보면, 검사에 대한 감찰은 검찰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도록 돼 있다. 검찰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취지이다. 다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가운데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법무부가 직접 감찰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놓고 법무부가 감찰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통은 수사가 마무리된 뒤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감찰을 진행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 이모 기자와 한 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법무부는 또 한 검사장을 26일자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했다. 한 검사장이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수사지휘와 관련한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이 자리는 사실상 무보직으로 평가된다. 과거 수사 대상이 됐던 검사들이 연구위원으로 전보된 사례가 있다. 한 검사장을 직제상 법무부 소속인 법무연수원에 두면서 감찰을 원활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연구위원 발령을 ‘옷을 벗으라’는 압박성 메시지로 여기기도 한다.

추 장관의 이번 조치는 윤 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대검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한 것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19일 대검 일부 부장(검사장)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결정을 측근인 한 검사장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문단에서 무혐의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 대비해 법무부가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도 보인다.

검찰 조직의 장악력을 강화해 개혁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추 장관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준비단이 개최한 공청회에서 준비된 축사 원고에 없는 즉석 발언으로 검찰을 비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라고 할 만큼 그 칼이 무뎌지거나 칼집에서 빼지 않거나, 또는 그릇된 방향으로 지나치게 (수사가) 왜곡되는 경우를 지나치게 많이 목격했다”고 했다. 또 “제가 언젠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좋다고 했더니 (검찰에서) 난리가 났었다”며 “정의로운 검찰의 역할을 무력화하기 위해, 또는 정권을 봐주기 위해 옹호하는 장관이란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과 만나서는 “검찰 자체 감찰로는 제대로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서 규정에 따라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게 된 것”이라며 “감찰개시가 된 만큼 법무부 감찰실에서 조사가 시작될 것이고, 결과에 따라서 후속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입장문에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며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검찰 일각에선 법무부 조치를 비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 지도부 간의 이견 때문에 전문수사자문단의 판단을 받아 검찰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인데, 법무부는 검찰의 입장은 필요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았다.

정희완·윤지원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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