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언 유착 의혹’ 한동훈 검사장 감찰
추미애 장관 ‘공수처 공청회 축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준비단 주최로 열린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방향’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총장의 자문단 회부를 ‘측근 감싸기’로 판단한 듯
추 “수사 왜곡 많이 목격”…한 “도저히 수긍 어려워”
추미애 법무부 장관(62)이 25일 ‘검·언 유착’ 의혹을 받는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를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라고 명령한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의 측근인 데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법무부가 직접 감찰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추 장관은 전날 “법 기술을 부리고 있다”고 한 데 이어 이틀째 윤 총장을 압박했다.
법무부는 26일부터 한 검사장의 비위 의혹을 직접 감찰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법무부는 훈령인 감찰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규정을 보면, 검사에 대한 감찰은 검찰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도록 돼 있다. 검찰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취지이다. 다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 가운데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법무부 장관의 명령에 따라 법무부가 직접 감찰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놓고 법무부가 감찰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보통은 수사가 마무리된 뒤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감찰을 진행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채널A 이모 기자와 한 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법무부는 또 한 검사장을 26일자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조치했다. 한 검사장이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수사지휘와 관련한 직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이 자리는 사실상 무보직으로 평가된다. 과거 수사 대상이 됐던 검사들이 연구위원으로 전보된 사례가 있다. 한 검사장을 직제상 법무부 소속인 법무연수원에 두면서 감찰을 원활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연구위원 발령을 ‘옷을 벗으라’는 압박성 메시지로 여기기도 한다.
추 장관의 이번 조치는 윤 총장이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대검 전문수사자문단에 회부한 것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은 지난 19일 대검 일부 부장(검사장)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결정을 측근인 한 검사장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문단에서 무혐의 결정이 내려질 경우에 대비해 법무부가 감찰에 착수한 것으로도 보인다.
검찰 조직의 장악력을 강화해 개혁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추 장관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준비단이 개최한 공청회에서 준비된 축사 원고에 없는 즉석 발언으로 검찰을 비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의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라고 할 만큼 그 칼이 무뎌지거나 칼집에서 빼지 않거나, 또는 그릇된 방향으로 지나치게 (수사가) 왜곡되는 경우를 지나치게 많이 목격했다”고 했다. 또 “제가 언젠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좋다고 했더니 (검찰에서) 난리가 났었다”며 “정의로운 검찰의 역할을 무력화하기 위해, 또는 정권을 봐주기 위해 옹호하는 장관이란 식으로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과 만나서는 “검찰 자체 감찰로는 제대로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서 규정에 따라 법무부가 직접 감찰하게 된 것”이라며 “감찰개시가 된 만큼 법무부 감찰실에서 조사가 시작될 것이고, 결과에 따라서 후속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입장문에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며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검찰 일각에선 법무부 조치를 비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 지도부 간의 이견 때문에 전문수사자문단의 판단을 받아 검찰의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인데, 법무부는 검찰의 입장은 필요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추 장관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았다.
정희완·윤지원 기자 roses@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