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대 측, 집회 우선 신고 통해 옛 일본대사관 앞 선점
정의연 “눈물이 빗물 되어 흘러…반역사적·반인권적 행태”
“소녀상 수호” 대학생 20여명, 이틀째 소녀상 앞 연좌시위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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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보수단체의 집회 장소 선점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위치한 옛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이 아닌 인근에서 수요시위가 열렸다. 소녀상이 아닌 곳에서 수요시위가 열린 것은 28년만에 처음이다.
24일 낮 12시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1445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장마 시작으로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빗방울이 눈망울에 맺힌다. 눈물이 빗물이 되어 흐른다”며 수요시위의 마지막 순서인 ‘경과보고’를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인내와 파동의 역사를 묵묵히 견뎌 왔지만 이제 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뿌리째 흔드는 반역사적, 반인권적 행태가 무자비하게 슬픈 오늘, 그래도 저희는 변함없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가슴이 찢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돼도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며 “그것이 힘겹게 세상에 나와 역사적 진실을 위해 싸우다 고인이 되신 피해자들의 유제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수요시위를 주관한 평화비경기연대는 “30년 동안 지켜온 자리를 빼앗긴 채 다른 자리에서 평화의 함성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온기가 스민 이 자리에서 위안부 역사와 운동을 부정하고 폄하하는 이 현실이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과 평화를 위해 순수한 동기가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시민운동이라 해도 의도치 않은 실수와 오류가 존재할 수는 있다”며 “불거진 문제는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30년 운동의 역사가 부정당하고 폄훼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전국여성농민회, 평화예술인행동, 다른 세상을 향한 연대 등이 연대 발언을 통해 수요시위를 함께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수요집회는 기존 장소였던 일본대사관 맞은편 소녀상에서 10여 m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진행됐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자유연대 측이 정의연보다 먼저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자유연대 등 관계자 100여 명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제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며 소녀상 철거와 정의연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자유연대 측은 “윤미향 사퇴, 정의연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 갔다.
경찰 역시 경찰력 400여 명을 투입해 두 집회를 주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소녀상 주변엔 ‘소녀상 수호’를 외치는 대학생 20여 명이 소녀상과 자신들의 몸을 끈으로 묶고 이틀째 연좌 시위를 가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를 미신고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세 차례의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이들은 응하지 않았다.
공공 조형물인 평화의 소녀상을 관리하는 서울 종로구청은 이날 오전 연좌 시위 중인 대학생들에게 소녀상이 훼손될 수 있으니 끈을 풀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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