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현장스케치]보수단체 소녀상 앞 '치킨' 먹으며 집회…대학생들 '연좌시위' 충돌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소녀상 앞 보수-진보단체 충돌 우려

보수단체 "합법적인 집회 방해하는 진보 불법 멈춰라"

치킨 주문해 소녀상 옆에서 식사하며 집회하기도

대학생 등 시민들, 소녀상과 몸에 줄 묶고 연좌농성

아시아경제

23일 오후 7시께 보수단체 자유연대 소속 회원들이 치킨을 주문해 소녀상 인근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진보단체는 지금 당장 불법을 멈추세요" , "보수단체에 자리를 내줄 수 없습니다!"


2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앞에서 보수단체 자유연대와 '반아베반일청년공동행동' 소속 대학생들의 집회가 동시에 시작했다.


자유연대는 치킨 주문을 시작으로 소녀상 인근에서 본격적인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 단체는 확성기를 이용해 진보단체 소속 회원들을 상대로 "밥 먹고 하라", "치킨 먹어라"라면서 소녀상 자리에서 비켜줄 것을 요구했다.


자유연대 측은 이날 24일을 시작으로 오는 7월8일까지 소녀상 앞에 집회 신고를 해둔 상태다. 이로 인해 '수요집회'는 28년 만에 집회 장소를 옮기게 됐다.


아시아경제

2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앞에서 ‘반아베반일청년공동행동’ 소속 대학생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소녀상과 자신의 몸을 밧줄로 묶고 소녀상에 집회신고를 한 보수단체에 자리를 내줄 수 없다며,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청년공동행동 소속 대학생들 10여 명은 보수단체에 자리를 비켜줄 수 없다며 23일 0시부터 소녀상 주변 2m 반경에 둘러앉아 소녀상과 자신들의 몸을 밧줄로 묶고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보수단체에 절대 자리를 내줄 수 없다며 무기한 농성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집회 장소를 둘러싼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 2015년 한일합의 이후 지금까지 1638일째 소녀상 지키기 철야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자유연대 측은 치킨을 주문해 소녀상 옆에서 먹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 회원은 진보성향 시민들을 향해 "밥 좀 먹으며 소녀상 지키라", "먹으면서 해라"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이 진보단체 회원들에게 소녀상 집회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녀상 인근에 자리 잡은 보수단체는 대학생 등 시민들에게 합법적으로 신고한 집회 장소라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촉구했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합법적인 집회다. 자리를 비켜라","포승줄에 묶여서 뭐 하고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인권유린의 현장이다"라며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공동행동 소속 대학생 등 시민들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 씨는 "이런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욱일기를 걸어두는 단체가 소녀상에서 집회를 하게 한다는 법 자체가 잘못됐다. 밤샘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무기한 농성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수단체들은 우리가 소녀상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 막말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보수단체가 유튜브를 통해 후원을 받아 돈을 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1638일 소녀상을 지켜오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시아경제

소녀상 바로 옆에 설치한 보수단체 회원들의 선전물.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녀상 옆에서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김모(76) 씨도 "이건 말이 안 된다"면서 "저들이 정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생각이 있다면 결코 이럴 수 없다. 당장 자리를 비켰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러면서 "(이건) 엄청난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보수단체 성향 시민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소녀상 앞에 자리를 잡은 박모(60) 씨는 "법은 지켜야 한다. 이게 정상이냐. 그냥 난장판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소녀상을 지금이라도 철거해야 한다. 저거 그냥 알박기 아니냐, 불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들이 자리를 비킬 때까지 나도 계속 나올 생각이다. 왜 법을 안 지키는지 모르겠다"라고 거듭 비난했다.


아시아경제

23일 오후 7시50분께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앞에서 보수단체 진보단체 소속 회원들의 물리적 출동이 발생했다. 앞서 한 보수단체는 소녀상 인근에 집회 신고를 해, 이에 반대하는 진보단체와의 충돌이 우려된 바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녀상 앞 집회 장소를 두고 진보-보수단체간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오후 7시50분께 소녀상 앞에서 보수성향으로 추정되는 한 시민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집회 참가자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두 단체 소속 회원들이 일순간에 몰려 두 사람의 충돌은 양측 단체간 일부 회원들의 몸싸움으로 번졌다. 그러나 소녀상 인근에 있던 경찰이 즉시 출동해 더 큰 위험 상황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한편 정의기억연대는 수요집회를 소녀상 앞이 아닌 인근으로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