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볼턴의 입' 제어할 수 없는 상황…한반도 긴장 관리가 정치리스크 해소 선결 과제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미국 대선 이후까지 북한과는 어떠한 합의도 없을 것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미국 ABC 방송 인터뷰는 회고록 파문의 정치적 노림수와 맞닿아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물론이고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미국 '매파'의 의도된 역습이라는 얘기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일원인 볼턴 전 보좌관은 사실상 비핵화 외교의 종언을 주장했다.
네오콘 입맛에 맞는 한반도 정책을 유도하기 위한 밑그림을 깐 셈이다.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정치 스탠스와도 유사하다. 청와대는 로키(low key) 전략으로 '볼턴 리스크' 타개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지만 '볼턴의 입'을 제어할 수 없다는 게 근본적 한계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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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저지라는 정치적 목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입은 당분간 외교가를 흔들어 놓는 화약고 역할을 할 것이란 의미다. 문제는 논란의 불똥이 한반도까지 튀고 있다는 점이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22일 "한미 정상 간의 진솔하고 건설적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청와대 공식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 중 한반도 사안을 다룬 내용 110여개를 포함해 모두 400여개의 내용에 대한 수정과 삭제를 요구했다. 출판금지 명령이 기각된 상황에서 추가적 법적 대응의 방향성을 내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백악관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 볼턴 전 보좌관 개인 의견과 미국 정부 공식 입장이 혼동되는 상황을 막고자 필요한 조치를 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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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전 보좌관의 국내 대화 파트너였던 정의용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이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면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의 팩트를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실장의 '사실 왜곡' 지적을 미국 NSC에 전달한 것은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한 백악관 대응에 힘을 실어주면서 청와대 정치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포석이다. '메신저'에 대한 공격을 통해 '메시지'의 신뢰를 흔들어놓는 전형적 전략이다.
청와대는 볼턴 리스크가 국내 정치 지형에 미칠 변수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에 비판적인 야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남·북·미 정상의 담판을 통해 비핵화를 모색하는 접근법은 이제 효력을 잃었다는 인식이 반영돼 있다. 북한이 대남 적대행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난국 타개를 위한 정치적 묘수 찾기에 앞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상황 관리가 선결 과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관계는) 당분간은 냉각기를 가질 것"이라며 "무력 충돌로 가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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