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째 부동산 대책 효과 서울 지역엔 미미
-규제지역은 집사기 어렵고, 비껴간 곳은 올라
-"부동산 대책 만능주의 경계해야"
# 지금 부산의 부동산이 심하게 과열되고 있습니다. 해운대뿐 아니라 사직·동래·광안리 등에서 폭등합니다. 이것이 바라던 부동산 대책인가요? 실거주 입장에서 매일매일이 힘 빠집니다. 도대체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집값을 이렇게 만들고 서민을 고통스럽게 하나요? (국토교통부 여론광장 B씨)
정부가 서울 집값 반등 일주일만에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대책 보완점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가계 자산을 좌우하는 국가 정책을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한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 전경.박해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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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10%도 자금 출처 밝혀내라= 기본적으로 무차별한 규제 지역 지정이 가장 큰 문제란 지적이 많다.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에 포함된 인천에선 집값 상승에서 소외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당장 대출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생업을 영위하는 시민들이 거주 지역에서 집을 사려면 대출 가능 금액이 일제히 줄어들었다”면서 “집사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진작 집을 샀어야 한다는 후회감이나 상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자금출처조사도 부담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 거래시 거래가액과 무관 하게 자금 조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억원 이하 주택의 거래 비중은 10~15% 수준으로, 사실상 하위 10% 내외 주택에도 감시의 칼날을 들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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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매수에 나서는 모든 사람을 투기꾼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6억원 이하 주택에까지 엄격한 규제를 가해 사실상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셈”이라고 말했다.
규제지역에서 비껴 간 지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말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후, 이번 대책에도 규제지역으로 포함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주요 아파트의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예컨대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145.8㎡(이하 전용면적)는 최근 15억8500만원에 계약됐는데, 한달 전(13억원) 보다 3억원 가까이 올랐고, 대책 이후 호가는 더 뛰고 있다.
▶21번째 대책 부른 서울 지역 ‘무더기 신고가’= 이번 대책이 나온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오히려 더 오른다. 특히 고가 아파트 시장 반등은 거침없다.
최근 서울 일대는 신고가로 거래되는 단지가 흔하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136㎡는 지난 9일 37억9000만원에 팔려, 작년 8월에 기록했던 최고가보다 4000만원 몸값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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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고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규제 끝판왕 12·16 대책 이전보다 몸값이 상승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95㎡는 이달 13일 35억원에 거래되며, 지난해 신고가(33억원)에서 2억원 올랐다. 서대문구에선 DMC파크뷰자이1단지 120.5㎡가 15일 1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고, 재건축 이슈가 한창인 양천구 목동5단지 아파트 65㎡도 최근 15억원에 손바뀜 됐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는 소형인 27㎡가 곧 3.3㎡(평) 당 1억원을 찍을 기세다. 이 아파트는 지난 6일 10억8500만원에 계약됐다. 이 규모는 정부가 이 일대에 1년간 한시적으로 정한 토지거래허가제에서도 제외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엔 빈틈이 있기 마련인데, 자금 동원력이 낮은 실수요자는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면서 “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자산가는 정부 규제에도 틈새를 찾아 향후 뛸만한 부동산 보유를 늘린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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