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건, 북한이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다", "북미 정상은 판문점 3자 회동을 원하지 않았다"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담긴 주장입니다. 청와대는 "사실을 크게 왜곡했고,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반박했습니다. 미 NSC에도 회고록과 관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신혜원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존 볼턴/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현지시간 지난 18일 / 화면출처: abc NEWS 홈페이지) : (당신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습니다.)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아요. 미국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과대평가했습니다. 많은 것들이 왜곡되어 있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결국 저는 틀렸습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칼보다 강한 펜을 꺼내 들었습니다.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여기서 방은 백악관이죠, 2018년 4월부터 1년 반 재직 기간에 벌어진 일을 속속들이 기록한 이 회고록이 결국 공식 출간됩니다. 인터넷엔 벌써 전문 파일이 떠돌고 있고요.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각종 외교 비사를 적나라하게 풀어냈습니다. 목표는 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겁니다.
[존 볼턴/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현지시간 지난 18일 / 화면출처: abc News 홈페이지) : (트럼프의 대북협상 능력은 몇 점입니까?) 이 시점에서, 분명히 0점으로 판명됐습니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고, 매우 든든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어요.) 제 결론은 명확합니다. 저는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공직과는 맞지 않습니다. 그는 일을 수행할 능력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 해결보다는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신이 돋보이는 데 관심이 있고, 세상을 손익의 틀로 판단하지만 이마저도 국익과 사익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게 볼턴의 주장입니다. 그러면서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잠시 2018년 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신혜원/청와대 반장 (2018년 3월 9일) :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특사, 정의용 실장과 만났습니다. 베일에 싸여있던 김정은 위원장의 '히든카드'가 공개되는 순간이었죠.]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 (2018년 3월 9일) :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가능한 조기에 만나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브리핑에 감사를 표시하고, 항구적인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금년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2018년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장을 건넸습니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순간적 충동으로 수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정의용 실장은 이 초대를 제안한 게 사실상 김 위원장이 아닌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도 전했는데요. "결국 1차 북미정상회담은 한국의 창조물이었고, 북한이나 미국의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관련있는 '위험한 연출'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종전 선언'도 처음엔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후에는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다고도 덧붙였습니다.
[2018 평양정상회담 결과 대국민보고 (2018년 9월 20일) : 우리는 연내에 종전선언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그 부분을 다시 논의를 하려고 합니다.]
약 두달 뒤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볼턴은 한미 연합훈련을 논의하는 대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과 허풍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을 줄이기를 원한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한미훈련은 돈과 시간 낭비'라며 취소를 결정했고, 백악관 참모들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종종 참모들에겐 "얼른 얼간이가 되는 걸 끝내라"면서, 한국으로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50억 달러를 받지 못하면 미군을 철수하라고 위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2018년 6월) : 우리는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전쟁 게임(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입니다. 우리가 미래의 협상이 제대로 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엄청난 돈을 절약할 것입니다. 게다가, 굉장히 도발적입니다.]
그리고 이듬해 4월엔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는데요. 아무런 수확없이 끝난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타개할 뭔가가 필요하던 시점이었습니다. 볼턴은 이때 문 대통령이 북미가 판문점에서 회동하려는 계획에 자신도 동행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해 관철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이 오는 걸 원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DMZ로 배웅하고, 회담 후 오산 공궁기지에서 다시 만나자"고 역제안했지만, 문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3자 회동이 성사됐다는 겁니다.
[조선중앙TV/(지난해 7월 1일) :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역사적인 악수를 하는 놀라운 현실이 펼쳐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의 집 앞에서 맞이했습니다.]
또 볼턴은 문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 전 오찬에서 "남북이 핫라인을 개설했지만 그건 조선노동당 본부에 있고 김 위원장은 거기에 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상 핫라인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시다시피 볼턴은요. "제가 김정일을 '독재자'라고 했더니 북한은 저를 '인간쓰레기'라고 불렀습니다. 또 저를 '흡혈귀'라고 부르며 못났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것에 익숙합니다. 북한은 원래 그렇게 행동합니다." 백악관의 마지막 네오콘이라 불린, 북폭 주장까지 한 대북 강경파 인사입니다. 협상 무용론에 경도되어 있는 만큼, 분명 걸러서 들어야 하는 주장이라는 걸 확실히 해야합니다.
청와대도 즉각 반박에 나섰는데요. 먼저 볼턴의 카운터파트이자, 북미회담 최초 제안자로 지목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입장문을 냈습니다. "회고록이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고,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 "이 같은 행위는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의용/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음성대역) : 정부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합니다.]
이 내용은 어제(21일) 미국 NSC에도 전달됐습니다. 별도의 청와대 입장도 나왔는데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정상 간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회고록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폄훼하는 몇 가지 표현, 그러니까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에 대해 "조현병 같은 생각"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등장하는데요. 청와대는 "볼턴 전 보좌관 본인이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볼턴 회고록 파문에… 정의용 "사실 왜곡, 협상신의 훼손" >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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