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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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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장이 제대로 활동해야 뇌가 제대로 작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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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소형 한의학 박사

중앙일보

프랑스에서는 “코망 탈레부?(Comment allez-vous?)”라며 인사를 한다. 직역하면 잘 다녀왔냐는 뜻이지만 한국어로는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해석한다. 이 단순한 안부 인사에 숨겨진 이야기가 재미있다.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다. 다양한 기후와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과 고도로 발달한 조리법을 토대로 다양한 맛을 추구한다. 지역마다 그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를 활용한 특별 요리가 있을 정도다. 태양왕 루이 14세 때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테이블을 빼곡히 채운 요리로 만찬을 즐겼다. 이들 대부분은 소화·배변 문제로 애를 먹었다. 그래서 안부를 ‘화장실에 잘 다녀왔냐’고 물었다. 이게 화장실이라는 단어는 생략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지내냐’라는 뜻으로 변했다.

배변 활동이 원활한지 안부로 물을 정도로 장은 핵심적인 신체 기관이다. 한의학 관점에서도 장은 매우 중요하다. 인체 최대 면역 기관으로 면역 세포의 70%가 분포해 있다. 장 기능이 떨어지면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장과 뇌가 양방향으로 연결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장-뇌 연결축 이론에 주목한다. 장이 제2의 뇌라는 의미다. 장은 5억 개에 이르는 신경세포 뉴런이 서식하고,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의 95%가 만들어진다.

장과 뇌를 잇는 연결고리는 바로 장내 미생물이다. 장내 미생물은 장뿐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내 미생물이 장에 있는 면역 세포를 조절해 뇌의 감정·인지 상태의 변화를 유도한다. 실제 우울증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채취해 우울증이 없는 동물에게 이식했더니 기존과 다르게 우울증 행동과 생리학적 특징을 보였다는 아일랜드의 연구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뇌와 소통하는 장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은 ‘기본을 지켜라’다.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지고 너무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은 피한다. 잠은 충분히 자고 규칙적으로 하루 30분 이상 땀 나는 운동을 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과일을 잘 먹는 것도 중요하다. 채소·과일은 프리바이오틱스다. 특히 키위는 식이섬유와 식물성 영양소인 폴리페놀이 풍부해 균형 잡힌 장내 미생물 서식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린·골드 키위를 섭취한 건강한 성인 10명의 장내 미생물 군집에서 유익균이 증가하는 유의미한 실험 결과도 있었다.

키위에는 정상적인 뇌 기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C가 풍부하다. 비타민C는 체내 자체 생성되지 않아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키위는 한 알만 먹어도 일일 권장 섭취량 이상의 비타민C를 채울 수 있다. 게다가 말랑하게 후숙하면 달콤한 맛이 기분을 좋게 해 일석삼조다.

키위 속 다양한 영양소는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촉진하고 정상적인 뇌 기능 유지에 도움을 주며 장-뇌 간 상호 작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본적인 건강 습관과 더불어 하루 한 알의 키위로 우리 신체의 근본이 되는 장과 뇌 사이의 연결축을 케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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