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감독관 결과도 보고받아라“ 지시
윤 총장 인권감독관실 사건 이송에
“인권 문제로 변질“ 작심 비판
대검 쪽 “시효 지나 감찰 대상 안돼“
감찰부장 진정서 원본 안넘기자
‘사본’ 형태로 사건 배당돼 논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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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팀이 거짓증언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재소자를 외부 인사가 이끌고 있는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관련 진정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된 경위도 “조사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정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혀 이를 지시한 윤석열 검찰총장도 겨냥했다.
법무부는 18일 “법무부 장관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신속한 진행 및 처리를 위하여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한 다음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부터 조사 경과를 보고받아 비위 발생 여부 및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요 참고인’이란 한 전 총리 정치자금 공여자인 한만호(2018년 사망) 전 한신건영 대표의 구치소 동료였던 한아무개씨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한씨의 편지를 공개했는데 그는 “서울중앙지검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고 대검 감찰부가 감찰·수사하는 경우엔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인권감독관의 조사 결과를 감찰부에 보고하게 돼 있는 만큼 (진정 건이 대검) 감찰부의 손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라며 “조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조사 결과도 (성과가) 없다면 대검 감찰부로 하여금 조사를 시킬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지켜보되 미흡할 경우에 대검 감찰부로 이첩을 시키겠다는 얘기다. 대검 감찰부 한동수 부장은 감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공모 형태로 법무부 장관이 임명한 사람이다.
한 전 총리 수사 관련 의혹을 누가 조사하느냐를 놓고 불거진 갈등은 지난 4월, 재소자 최아무개씨가 법무부에 낸 진정에서 시작됐다. 한씨와 비슷한 주장이 담긴 이 진정 건은 대검으로 이첩된 뒤 처리 과정에서 한동수 감찰부장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한 부장이 기초 조사에 착수했고, 한달이 지난 5월28일에야 윤 총장에게 이를 보고한 것이다. 윤 총장은 이 진정은 검사의 피조사자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대검 인권부로 배당했고, 후속 절차를 거쳐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송됐다.
윤 총장과 한 부장의 갈등은 <채널에이(A)>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과 관심을 과시하며 재소자 주변을 협박했다는 ‘검·언 유착’ 의혹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검·언 유착 의혹 때도 한 부장이 감찰 개시를 통보했지만, 윤 총장은 사건을 대검 인권부로 보냈다. 이에 대해 검사의 직접적인 인권침해 사례가 아닌데도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맡긴 것은 꼼수라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고발에 따라 감찰보다 더 강력한 수사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시작되면서 논란은 사그라들었지만 이번엔 한명숙 수사팀 위증교사 의혹으로 갈등이 재점화된 것이다. 대검은 검·언 유착 의혹과 이번 진정은 사건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한다. 감찰은 징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징계시효(3년)가 있는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데 이미 10년 가까이 지난 한 전 총리 사건은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부장은 이송 지시에 반발하며 진정서 원본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기지 않았다. 진정서가 사본 형태로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된 것이다. 대검 쪽은 총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한 부장의 ‘지시 불이행’으로 보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법사위에서 윤 총장의 사건 배당에 대해 “월권이나 법 위반이라고 단정은 못 한다”면서도 “재배당 형식을 취해서 (사건을) 인권감독관으로 내려보내는 과정 중에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고 했다. 사건의 성격상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서 조사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대검 감찰부가 하겠다는 조사를 재배당한 건 무리수라는 규정이다. 추 장관이 이를 “별건이 발생했다”고 표현하며 “이틀 전부터 조사 중”이라고 밝힌 대목은 법무부 검찰국을 중심으로 한 경위 파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규 황금비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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