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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아동학대 피해와 대책

[취재설명서] "3번이나 찾아갔지만…" 창녕 아동학대 사건 취재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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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이나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했다."

먼저 학교를 찾아 취재했다. 아이는 3월 1일자로 창녕군 대합면 집 주변 학교로 전학 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등교가 미뤄지면서 담임교사는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 교과서 등을 전달하기 위해 아이 집을 3번이나 찾아갔다고 한다. 그때마다 아이 어머니는 감염을 우려해 만남을 거절했다. 교사는 가져온 책을 문 앞에 두고 돌아서야만 했다.

"온라인 수업 2~3번 했다."

4월부터 6월초까지 온라인 수업이 진행됐다. 정확히 31번 온라인 수업을 했다. 아이는 100%출석이다. 그런데 상담과정에서 아이는 2~3번 정도만 온라인 수업을 했다고 한다. 교사는 50여 차례나 아이 부모와 문자나 전화 등을 주고받았다. 아이가 잘 있고 온라인 교육 잘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교사는 그 말을 믿었다. 왜 아이를 만나지 않았냐고 교사를 탓할 수는 없었다. 교사에게 강제 권한은 없다. 취재가 계속되자 학교 측은 더 이상의 취재를 거부했다. 담임교사는 몸이 아프다고 한다.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느낌"

관할 행정구역인 창녕군 대합면사무소도 찾아갔다. A양은 위기아동으로 등록돼 있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단 한 번도 아이를 만나거나 집을 방문하지 않았다. 지난 2월 말쯤 코로나19로 가정 방문을 하지 말라는 공문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합면사무소에 등록된 위기아동은 12~13명이라 한다. 그런데 문제가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코로나가 잠잠해진 5월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만약 공무원들이 그때라도 찾아갔더라면 아이는 더 빨리 구조됐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대합면사무소는 A양 아버지와는 출산장려금 등으로 계속 교류를 했다. A양 가족은 지난 1월 거제에서 창녕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이사 온 지 한 달 뒤에 넷째를 낳았다. 창녕군은 셋째 아이 이상 출산 시 천만 원을 준다. 창녕군 인구증가시책에 따른 조치다. 창녕군 인구증가시책은 경남 최고수준이다. A양 아버지도 출산장려금을 신청했다. 천 만 원은 5년에 걸쳐 분할 지급된다. 이달에 250만원을 먼저 받는다고 한다. 다자녀 혜택으로 각종 양육수당도 있다. 지난달에는 90만원을 받았다.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왜 창녕으로 이사를 온 건가? 이런 혜택 때문에 왔을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확인이 필요했다. A양 부모는 창녕에 연고가 없다고 한다. 창녕에는 아버지 직업 때문에 온 걸로 안다고 대합면사무소 직원이 말해줬다. 조금 더 취재를 해보니 아이 아버지가 지난주에 출산장려금 관련 군청 담당자에게 문의를 했다고 한다. 돈이 언제쯤 입금되느냐는 문의였다. 그가 말한 지난주는 6월 첫째 주다. 지난달 29일 아이가 구조된 뒤 입원을 한 직후다. A양 아버지는 지난 10일(6월 10일) 둘째와 셋째를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겠다며 양육수당을 돈으로 받겠다고 변경 신청을 했다. 이날은 법원에서 A양의 동생 3명에 대한 강제분리조치를 집행한 날이다. 자해소동으로 병원에 입원을 한 날이기도 하다.

JTBC 뉴스를 통해 아버지가 이 와중에 수당을 챙겼다고 보도하자 창녕군은 양육수당과 출산장려금 지급을 중단했다. 아버지가 구속되고 어머니가 행정입원을 한데다 돌볼 아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부모 중 1명이라도 집으로 돌아오면 줘야한다. 창녕군 인구증가시책 조례에 학대를 하면 지원을 안 해 준다는 내용은 없다. 인구증가시책을 시행중인 하동군 등 다른 지자체도 확인해봤다. 학대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 뒤늦게 창녕군은 아이를 학대 하면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을 조례에 넣는 쪽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아이는 2주간 치료 뒤 병원에서 나올 때 큰아빠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큰아빠집은 2015년부터 2년간 머문 위탁가정을 의미했다. 아이는 병원에서 퇴원하면 당장 거취를 결정해야하는줄 알았다고 한다. 학대를 당한 집으로는 가기 싫었고 갈만한 친척집도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곳은 큰아빠 즉, 위탁가정이었다. 당시 아이에게 선택지는 딱 2개였던 셈이다.

아이는 현재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마련한 보호시설에 있다. 몸에 난 상처를 치료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을 때 까지 있을 예정이다. 이후 위탁가정 등 거취를 정할 예정이다. 아이는 현재 보호시설에 머물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물론 보호시설에서 18세까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두면 학대를 당한 다른 아이를 계속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아이의 기억에서 또 다시 악몽을 꺼내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아이의 거취 문제로 경남아동보호전문기관은 고심이 깊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A양 어머니가 자해 소동 이후 병원에 입원해 있어 수사가 미뤄지고 있다. 아직 아이 진술 위주로 진행된 이번 사건을 단정 짓기도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파장은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어제 학대받는 어린이를 보호해주는 시스템을 빈틈없이 갖춰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취재를 하면서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는 점이다.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하는 일만 남았다.

◆ 관련 리포트

[취재설명서] "이건 고문이지 뭐"… 창녕 아동학대 사건 취재기①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717/NB11955717.html

배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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