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극 않기 위해 수위조절
트럼프, 대선 앞두고 말 아껴
미·중 하와이 고위급회담에
한반도 핵심라인 총출동
미국 국무부는 16일(현지시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해 “북한이 더 이상 역효과를 낳는 행동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비난하는 대신 비교적 절제된 톤으로 자제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침묵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상황을 관리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왔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 언론들의 관련 질의에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미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파괴를 인지하고 있으며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조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연락사무소 폭파 등 행동에 나선 북한이 추가 조치로 긴장 상황을 더욱 끌어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수위조절을 하고 있다는 풀이도 나왔다. 미 국무부는 최근 북한이 담화 형식으로 대남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때 ‘북한이 도발을 피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역효과를 낳는 추가적 행위를 삼가라’는 식으로 표현을 완화했다.
북한이 대미 비난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메시지의 톤을 낮췄다는 해석이 나왔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여력이 없는 트럼프 행정부로선 최대한 상황을 관리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무부 대변인이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남북 간 연락채널을 끊은 지난 9일에도 “언제나 남북관계 진전을 지지해 왔다”면서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한국 정부가 남북협력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힐 때마다 미국이 “비핵화 진전과 발맞춰 진행돼야 한다”고 제동을 걸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측의 기류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 이슈를 다룰 여력이 없는 트럼프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좀 더 자율적으로 움직일 공간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침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미국의 소매판매가 역대 최고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자랑했을 뿐 북한 관련 발언은 하지 않았다. 이날 열린 경찰개혁 행정명령 서명 관련 행사에서도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하지 않았다. 폭파 여파가 북·미관계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말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내세웠던 ‘한반도 평화’ 치적을 갉아먹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심스러워한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북한의 ‘폭파’가 남측뿐 아니라 미국을 향한 시그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17일 미 하와이에서 갖는 고위급회담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미 국무부 내 한반도 핵심 외교라인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갈등이 회담의 주요 이슈지만,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한반도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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