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예고에 청와대와 국방부가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그동안 북한의 원색적 비난과 국지 도발에 대해 정부는 애써 의미를 축소해왔지만, 이번에는 대남 공세가 금도를 넘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는 1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열어 북한의 잇단 대남 비난 담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6·15 20주년 기념사 비난에 대해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이며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이어 "북측의 사리분별 못하는 언행을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잿더미로 만든 데 이어 북한 2인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청와대가 험악한 말싸움까지 벌이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틀 연속 열린 이날 NSC 회의에서는 북한의 대남 비난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청와대는 북한이 비공개 대북특사 제안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도 "전례없는 비상식적인 행위"라며 "앞으로 북측은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현 상황에서 비준은 무리가 아닐까 싶다"고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우리는 4·27 선언이나 9·19 남북 군사합의를 깨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도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내보냈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 총참모부가 개성과 금강산 일대 군대 배치와 접경지역 훈련 재개 방침을 발표한 직후 "실행에 옮길 경우 북측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서울 불바다'설을 꺼내들며 대남 군사위협을 계속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잊혀가던 서울 불바다설이 다시 떠오를 수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정부청사 기자실을 찾아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북한이 모든 연락 채널을 끊어버리고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에 한계를 느낀 것으로 보이지만, 남북관계 위기 국면에서 주무부처 수장이 너무 성급하게 그만두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는 금명간 재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만원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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