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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서울 집값 반등 일주일만에 …文정부 다섯번째 종합대책[6·17 부동산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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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 대책 내놓는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6억에서 9억원대로 51.7% 상승

-시중 유동성 사상 최대...규제지역 피해 갭투자 나서

-규제 학습효과로 정책 예고되자마자, 대출 받고 계약서 쓰려는 움직임 나타나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서울 집값이 6월 둘째주 상승 추세로 전환한 지, 단 일주일만에 정부가 출범 이후 21번째 부동산 대책인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규제지역 지정과 대출 및 세금 등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는 이번 대책은 문재인 정부의 5번째 부동산 종합대책이기도 하다.

이번 6·17 부동산 대책은 시중 유동성이 주택 시장으로 흐르지 않도록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고 규제 사각지대였던 저가 주택을 감시의 망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다. 정부가 사실상 ‘핀셋규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높인 저가 주택의 상승 흐름까지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않는 한, 이번에도 누르면 다른 곳서 올라오는 ‘두더지 잡기’식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17일 대책에는 사실상 수도권 전 지역과 집값 상승 흐름이 이어진 대전 및 청주가 규제지역에 포함됐지만, 현재 자산가들의 돈이 몰려드는 ‘원정 갭 투자’는 이 외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헤럴드경제

정부가 17일 또다시 규제지역 확대와 세제, 대출 규제를 담은 내용의 부동산 종합 대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전경.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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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못잡고, 수도권 놓치고 나온 뒷북 대책= 정부가 서울 아파트 시장이 소폭 상승하자마자 대책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시장 민감도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정부들어 KB국민은행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2017년 5월 기준)에서 3년만에 9억2013만원(2020년 5월 기준)으로 51.7%가 올랐다.

이에 정부는 20번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냈지만,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유의미한 하락세를 보인 것은 두세번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최장 기간은 2018년 9·13 대책 이후였다. 당시 정부는 규제지역 내 공시지가 9억원 이상 주택의 실거주 목적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며, 거주와 소유를 분리한 투기적 목적의 주택 구입을 차단했다. 이에 다음해인 2019년 상반기까지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서 집값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자 ‘규제 끝판왕’ 12·16 대책을 내놓았다. 초고가아파트인 15억원 이상의 주담보대출을 아예 막고, 9억원 이상은 한도를 줄였다. 기준도 공시지가가 아닌 KB국민은행 시세에 따랐다.

문제는 9억원·15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아파트들의 가격이 일제히 기준선까지 올랐다는 데 있다. 시중 부동자금은 110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고인데 고가 주택으로 흐르는 것을 막자 수도권 남부 가격이 뛰었다. 올 초 2·20 대책으로 수원, 안양, 의왕 등 수도권 다섯 곳을 추가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하자, 그 외 지역이 들썩였다.

그러자 자산가들은 고속버스를 타고 지방까지 ‘원정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방 광역시는 물론, 시 단위 신축 아파트는 갭 투자가 벌어진 지 두어달 지났는데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고 말했다.

▶정책 효과는 반짝, 규제 내성으로 전국이 들썩=부동산 시장 값을 억지로 누르려고 하는 동안 생애 첫 집 마련에 나서는 젊은층들의 좌절감은 커졌다. 청약 시장이 과열되면서 올 들어 서울의 청약 평균 경쟁률은 99.3대 1로 사상 치고를 기록했다.

신혼부부는 물론, 3인가구 청약가점 만점자라도 분양 안정권이 아니다. 문제는 저가 주택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가,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서울에선 규제 타겟이 된 5분위(상위20%) 평균 아파트가격이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으나, 4분위 이하에선 지속적 상승세를 보이며 KB국민은행 기준 하위40%인 2분위 구간 평균 아파트값이 처음으로 6억원을 넘어섰다. 서울에서 6억원 이하는 아파트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의 자산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데다가, 지역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시장의 수급 불안도 문제로 제기된다.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갭투자’ 방지는 바람직하나, 임대사업자의 거래나 보증금 승계 매수 등을 막으려하면 임대차 시장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하다.

재건축 시장의 안전진단관리 강화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적정성도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강남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정부 들어 재건축은 안하는 게 이익이라며 내부 인테리어 작업에 나서는 가구도 많다”며 “일반분양에 나설수록 손실이라면, 누가 재건축을 할 것이며 그 만큼 시장에 공급이 줄어드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규제 적응력 역시 날로 속도감을 높이고 있다. 17일 부동산 관련 대책 예고가 되자마자, 은행창구에는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이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규제지역 지정이 확실시 되는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의 아파트 계약도 앞서 나서곤 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간 대책 발표시마다 발표 직후 적용되던 것에 대한 학습 효과로 미리 대출을 받아놓거나, 계약서를 쓰는 등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강력한 규제로 시장이 주춤하는 것과 매수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것을 읽고 정책을 써야 하는데, 가격을 누르려고만 하니 아쉽다”고 말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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